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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커먼스’ 시대가 온다] 커먼스 전환과 P2P <5> ‘우파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 몰락, 그리고 커먼스 정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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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커먼스’ 시대가 온다] 커먼스 전환과 P2P<5>


'우파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 몰락, 그리고 커먼스 정치


 
 신자유주의를 무작정 옹호하는 목소리는 이제 잦아들었다. 이른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구호는 확실히 한물 갔다. 신자유주의, 무분별한 사유화가 나쁘다는 건 다들 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 만능주의가 나쁘니, 다시 국가주의인가? 국가 소유를 개인 소유로 돌리는 것, 혹은 그 반대.  지난 세기 역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대안은 종종 주어진 선택지를 벗어난 자리에 있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건, 아주 복잡한 개념이다. 국가가 소유하거나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대상과 소유자가 꼭 일대일로 연결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숱한 정보와 지식에게 일대일 관계로 주인을 맺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게다. '커먼스'(The Commons, 공유) 운동을 소개하는 건 그래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대일 대응 소유 개념은, 인류의 역사에 비춰보면 오히려 낯설다. 15세기 말, 영국 영주들이 땅에 울타리를 치고 농민을 몰아내면서 자리 잡은 개념일 뿐이다. 이 같은 '울타리 치기' 운동은 지금껏 이어졌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울타리를 칠 수 없는 영역이 아직 많다. 앞서 거론한 온라인 정보만이 아니다. 평판, 명성, 친분처럼 손으로 만지기도, 숫자로 세기도 애매한 것들이 많다. 누구나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지만, 익숙한 소유 개념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예컨대 평판을 주식처럼 쪼개서 사고파는 건 불가능하다.  요컨대 국가와 시장에서 벗어난 '커먼스' 영역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국가 소유와 개인 소유가 모두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면, '커먼스' 영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마이클 바우엔스(Michel Bauwens), 데이비드 볼리에(David Bollier) 등이 주도한 'P2P 커먼스 재단'(P2P Commons Foundation)이 이미 활동 중이다. 말 그대로 '커먼스'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하는 재단이다. 한국에서도 이들과 연계한 활동이 시작됐다. "e-commerce(이커머스)의 시대에서 e-commons(이커먼스)의 시대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식공유지대 e-Commons(이커먼스)'가 창립했다. <프레시안>은 최근 홍기빈, 박형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준비위원과 대담을 진행했다. 홍기빈, 박형준 준비위원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그간 낸 책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누구나 pdf 파일을 내려 받아서 전자책 리더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커먼스' 운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할 예정이다. 우선 'P2P 커먼스 재단'이 배포한 <커먼스 전환과 P2P : 입문서(Commons Transition and P2P : a primer)>를 번역했다.

<프레시안>은 박형준 준비위원이 번역한 내용을 연재할 예정이다.


☞'P2P 커먼스 재단' 홈페이지 바로 가기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홈페이지 바로 가기


 

커먼스의 정치는 무엇인가?


어떻게 커먼스와 P2P가 융합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해결하고, 우리의 사회복지와 생태후생을 복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왜 P2P 정치가 필요한가?


최근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선거와 같은 사건으로 확인돼듯, 현대 서구 정치가 운전대를 급격히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거의 40년 동안 이어진 신자유주의가 뒤엎어졌다. 긴축 정치, 복지 국가의 약화, 시민 소외감 증가는 '이해가 가는 좌절'을 야기했고, '우파 포퓰리즘'이 여기에 의존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적 참여는 익숙한 것(후기 단계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점진적 죽음과 예측할 수 없는 것(우려되는 극우)의 등극 사이에서의 선택으로 제한된 것처럼 보인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의 각축장과 국가주의 정치의 구조적 제약은 체제 내에서 변화를 주도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극도의 제한을 부과한다. 동시에, P2P 동학을 채택하고 커먼스를 구축하려는 친밀성 기반 네트워크와 공동체가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은 물론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소규모 혁신은 거버넌스, 농업, 서비스 전달체계, 과학, 연구 및 개발, 교육, 금융 및 통화와 같은 분야에서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와 현실에 기반을 둔 사회 통합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기반 노력들이 기록되고 인터넷 사용을 통해 세계적으로 복제되면서, 그것이 의존하고 있는 지식 커먼스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선지적인 접근방식들은 합리적인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지만, 일반적으로 기존 시스템의 제약 속에서 발전한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또는 더 우익적인 권위주의적 정치나 배타적인 정치에 의해 초래된 인클로저(enclosure)를 통해서, 시민들이 경험했거나 갈망할 것으로 예상된 "정상 상태"가 (즉, 직업 안정, 연금, 실업 지원, 공정한 근무 시간 및 조건 등이) 계속해서 침식될 것이다. 그 결과, 위에서 언급한 생산적인 공동체의 운영에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 공간은 필연적으로 압박받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커먼스 운동이 정치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를 통해 복지 국가 모델의 최상의 상태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회적 가치 창출과 공동체가 조직하는 관례를 촉진하는 근본적으로 재구성된 정치로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서 "정치적"이라 함은 정치적 대표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결정에 의해 영향 받는 사람들, 즉 시민들의 실행 가능한 권리를 가리킨다.)


이것은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정치 채널을 뚫고 들어가 변화를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의 잘못된 이분법을 무너뜨린다. 선지적인 활동 노선과 제도적인 노선 모두 균형 잡힌 정치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이어지는 장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정치적 접근방식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러나 먼저 커먼스 기반 P2P 생산의 특성들이 시민사회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통치 방법과 국가의 역할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핵심 개념 : 인클로저


1776년에서 1825년까지 영국 의회는 정치적으로 연계된 지주들의 이익을 위해 평민들로부터 공동 토지를 수용해 버리는 데 필요한 4000개 이상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역사가 레이몬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에 따르면, 공유지에 대한 이러한 인클로저가 영국의 전체 경작 토지 면적의 약 25퍼센트를 강탈했으며, 소유권을 인구 중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시켜 버렸다.


또한 "합법적인" 인클로저는 수백만 시민들의 재산을 빼앗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날려 버렸으며, 강압적으로 산업화, 직업적 전문화, 대규모 생산으로 특징짓는 새로운 경제를 도입했다.


요즘 우리는 "인클로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지적 재산권의 지속적인 사유화, 아프리카 및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토지 수용과 강탈, 디지털 콘텐츠 관리에서 디지털 권리 강제, 씨앗 및 인간 게놈 특허권 부여와 같은 악랄한 행위를 비난한다.


커먼스 학자 데이비드 볼리어 (David Bollier)는 인클로저, 그리고 관계들을 상업적 서비스로 전환하고 커먼스를 상품화하는 이러한 현대적인 경향을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비극"으로 묘사했다.


 

가치 창출의 새로운 생태계로서 커먼스 기반 P2P 생산


커먼스 기반 P2P 생산은 가치 창출의 새로운 생태계의 출현을 제시한다.

이 생태계는 다음의 세 가지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산적 공동체(productive community), 커먼스 지향 사업 연합체commons-oriented entrepreneurial coalition), 그리고 호혜적 협회(for-benefit association)다. (호혜적 협회는 영리(for-profit)협회와 대조적인 의미로 쓰였다. 영리가 아닌 편익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공유를 통한 공동 편익의 추구라서 호혜라는 표현으로 번역했다.)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는 생산 방식에 관해서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래의 표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커먼스 기반 P2P 생산 생태계의 다섯 가지 사례를 묘사하고 있다.




이제 이들 기관들 각각을 설명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성을 알아보겠다.

1. 생산적 공동체

생산적 공동체는 모든 프로젝트 기여자들과 그들이 자신들의 일을 조직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기관의 회원들은 급여를 받을 수도 있고, 해당 생산의 사용 가치에 모종의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여를 자원 봉사로 할 수도 있다. 그들 모두는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을 생산한다.


2. 사업 연합체

커먼스-지향 사업 연합체는 커먼스 자원에 기초해 시장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이윤 혹은 생계를 확보하려고 시도한다. 기여자들은 참여하는 업체로부터 돈을 지불받을 수도 있다. 디지털 커먼스는 희소하지 않고 풍부하기 때문에 디지털 커먼스 그 자체는 일반적으로 대부분 시장 바깥에 위치한다.


커먼스 지향 사업 연합체가 의존하고 있는 기업가들, 공동체들, 그리고 커먼스 사이의 관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들의 관계가 생성적(generative)이냐 아니면 추출적(extractive)인 것인지 여부이다. 이 용어들은 극단적이지만, 현실에서 모든 업체들은 어느 정도 두 성격 모두를 보인다. 산업형 농업과 영속농업이 추출적 관계와 생성적 관계 간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전자에서는 토양이 척박해지고 나빠지는 반면, 후자에서는 토양이 더 풍부하고 건강해진다.



추출적인 기업가는 일반적으로 생산 공동체의 유지에 충분한 재투자 없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한 예로 페이스북이 있다. 그들은 가치 창출과 실현을 위해 자신들이 의존하고 있는 공동 창작 공동체와 어떤 이익도 공유하지 않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거래에 대한 세금을 내지만, 직접적으로 교통 또는 생활편의 기반 시설 창출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업체들이 사용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는 하지만 추출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


더 나쁜 것은 경쟁적인 정신을 창출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 시스템의 참가자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대를 위한 건물을 새로 짓는 것도 드믄 일이 아니다. 또한, 추출 사업체들은 많은 사회 기반 시설이나 공공시설에 무임승차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Uber의 경우에는 도로).


반면에, 생성적인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의존하고 있는 공동체와 커먼스 주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최선의 경우는 기업가 공동체가 실제로 생산적인 공동체로서의 사람 집단과 같은 때이다. 기여자들은 커먼스를 생산하면서 생활해 나가기 위한 자신들만의 수단을 만들고, 자신들의 복지와 그들이 공동으로 생산하는 전체적인 커먼스 시스템에 잉여를 재투자한다. 건강하고 생성적인 공동체는 메타 경제 네트워크(meta-economic networks)를 중심으로 모인다.



핵심 개념 : 메타 경제 네트워크


공동체 지향 사업에서부터 사업적으로 강화된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메타 경제 네트워크는 커먼스를 생성하며 지원을 제공하는 연대 구조에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융합한 친밀성 기반 네트워크이다.


상호신용 체제, 육아 협동조합, 공동체 은행, 신선 농산물 분배 센터, 교육, 법률 상담 등을 결합한 연합체를 상상해 보라.

사회적으로 지향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대표적 사례들에는 카탈로니아 통합 협동조합(스페인 CIC), 상호부조네트워크(미국 위스콘신 Mutual Aid Network: 현재는 초국적으로 확장), 엔스파이럴(뉴질랜드 Enspiral: 현재 여러 곳으로 퍼지고 있음)이 있다. 다음 글에선 엔스파이럴 사례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3. 호혜적 협회

세 번째 기관은 호혜적 협회이다. 많은 커먼스-기반 P2P 생산 생태계는 생산적인 공동체와 사업 연합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지원하고 커먼스 P2P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독립적인 거버넌스 기관을 가지고 있다.


이 기관들은 대개 비영리 단체인데, 커먼스 기반 P2P 생산 과정 자체를 지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위키미디아 재단은 위키피디아의 호혜적 협회로서 위키피디아 제작자들의 생산을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프로젝트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자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재단들도 마찬가지다.


대조적으로, 전통적인 비정부 및 비영리 단체는 "관념 상의" 희소성의 세계에서 운영된다. 그들은 문제를 확인하고, 자원을 검색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그러한 자원을 배분한다. 호혜적 협회는 풍요의 관점에서 운영된다. 그들도 문제와 사안을 인식하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길 원하는 기여자들이 많이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협력 인프라를 유지한다. 이 인프라가 기여적인 공동체와 사업 연합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커먼스 기반 P2P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들은 라이센스를 통해 이러한 커먼스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참가자와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관리하고, 기금을 모으며, (예를 들어, 교육이나 인증을 통해) 커먼스에 필요한 일반적인 역량 배양을 돕기도 한다.


 
 
2018. 0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