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커먼즈를 진전시키기 위한 용기 있는 투쟁

[세계 속 사회적경제]는 전 세계의 사회적경제 소식과 칼럼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외국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우리나라 사회적경제가 배울만한 것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해외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등의 사례나 사회적경제 트렌드, 사회적경제를 뒷받침해주는 경제이론 등 다양하고 통찰력 있는 기사들을 번역하여 소개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바르셀로나의 커먼즈를 진전시키기 위한 용기 있는 투쟁

 

데이비드 볼리에(David Bollier)
2016년 12월 20일

Screen Shot 2016-11-23 at 9.25.21 AM-300x91

지난 주에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나는 ‘커먼즈로서의 도시’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시(the City)의 선구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새로운 커먼즈 패러다임을 확고히 하는 것은 기막힌 복잡성이 수반된다는 점도 배웠다. 심지어 협동조합과 개방적인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여하고 있는 도시에서도 말이다.

주택 활동가였던 아다 콜라우(Ada Colau)가 2015년 바르셀로나 시장으로 선출되면서 시 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녀는 이제 정당 ‘바르셀로나 앙 코뮤(Barcelona En Comú)’가 된 운동의 주역이었다. 관직에 오르자, 콜라우는 새로운 호텔의 확장을 막았다. 이는 ‘경제 발전’(예: 관광)이 도시의 생기 있고 다양한 이웃을 내쫓지 못하도록 하는 용기 있는 노력이었다. 세계적인 도시로서 바르셀로나는 부동산을 사들이는 투자자와 투기자들이 몰려 보통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도시로 만들면서 고통을 겪었다.

바르셀로나 앙 코뮤는 시장직을 얻기는 했지만, 시의회 44개 의석 중 11개 의석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당의 야심찬 의제에 대한 과정은 익숙한 묘책과 기존 시의 강압적인 정치를 요구한다. 당의 사명 또한 복잡해졌다. (소수) 여당으로서  바르셀로나 앙 코뮤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영상 큰 도시 경제의 다양한 수요를 지원해야 하고, 모든 종류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엄청나게 복잡한 일이다.

활동가 운동이 행정 현실과 대의 정치의 지저분한 억압에 맞닥뜨리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게 바르셀로나 앙 코뮤의 전개 드라마가 커머너즈에게 교훈이 되는 분명한 이유다. 활동가가 기존 정치와 정부 제도를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로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 스스로가 바뀌고 그들의 원래 목표를 포기하게 될까?

새로운 정부는 분명히 긍정적이고 변혁적인 방식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감행하고자 했다. 거버넌스에 더 참여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 이외에도 바르셀로나 앙 코뮤는 그들이 ‘커먼즈 협동 경제’라고 부르는 것을 요새화하고 확장하기를 원한다. 이는 1,300개의 기업을 통해 도시 경제의 괄목할 만한 10%을 구성하는 협동조합과 커먼즈, 지역사회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인상적인 Guifi.net이 있다. 일반 인터넷 이용자와 소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커먼즈로서 운영된 광대역 통신 네트워크다. 이 제도는 32,000개 이상의 활성 무선인터넷 지점들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인터넷을 제공함으로써 거인 Telefónica에게 경쟁을 제공한다.

바로셀로나 시는 카탈루냐(Catalunya) 지방에 첫 재생 가능 에너지 협동조합인 솜 에네르지아(Som Energia) 협동조합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 협동조합은 시장에서 매입한 에너지를 재판매 하기도 하고, 조합원들을 위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풍력 터빈, 태양광 전지판, 바이오가스 공장 등 자체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 앙 코뮤는 커먼즈 협동 경제를 촉진시키는 것이 정부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커머너즈와의 공동창조 행위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시는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 늘리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수립했다. 바르콜라(BarCola)라고 불리는 집단 의회가 있다. 예를 들어 협동 경제와 커먼즈 기반의 동료생산에서의 주역들을 소집해서 이 분야의 진행 과정을 평가하고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안하도록 한다. Procomuns.net이라는 개방적인 회의도 있고, Decim.Barcelona라는 공공 숙의 의사결정 웹 플랫폼도 있다.

이러한 조직들을 어떻게 진전시킬지 여전히 지켜봐야 하지만, 그들의 분명한 목적은 커먼즈 협동 경제를 도시 생활의 적극적이고 자각하는(self-aware) 분야로 강화하려는 데 있다. 정부는 기존 협동조합이 개방 플랫폼으로 어떻게 이주할 수 있을지, 어떤 종류의 사업이 커먼즈 협동 경제의 적합한 협력자 혹은 지원자가 될 수 있을지 같은 생각을 분석하고 있다.

몇몇 동조하는 협력자들은 바르셀로나 앙 코뮤가 커먼즈 윤리와 언어를 기존의 좌파 정치에 과도하게 부과한다는 점을 걱정한다. 개혁의 재브랜드, 그리고 변혁적인 야망의 희석에 해당한다. 비판하는 쪽은 커먼즈가 기존 체제(The System)에 포착될 위험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들은 기존 정치 구조에서 ‘참여 거버넌스’가 칭찬할 만한 진전인지 혹은 문제가 되는 유형의 선거일지 묻는다.

그러한 질문은 피할 수 없겠지만, 나는 꼭 미리 대답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답을 추구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커먼즈가 주류로 가기 시작하면, 미지의 긴급 상황이 아주 많다. 기존 매트릭스 안에서 미증유의 새로운 제도를 만들면, 알 수 없는 개발 요인들이 많기 마련이다. 언제나 처음으로 만나게 될 격차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있을 것이다. 이는 창조적인 방법으로 즉석에서 해결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창조적인 방법들 중 다수는 언제나 정치적으로 동기 부여된 것으로 보여질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진전은 이보전진 일보후퇴를 수반할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몇몇 작은 협동조합은 시의 조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다른 협동조합은 수도 체계를 다시 자치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실패하게 될 것이고 다시 민영화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바르셀로나 시 기술 디지털 혁신 수석인 프란체스카 브리아(Francesca Bria)는 이러한 세력의 많은 진원지에서 근무한다. 지난 주 그녀와 함께 했던 공공 패널에서 그녀는 여러 “작지만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시 안에서 이미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공 분야는 사람들에 기여가 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혁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애석하게도 이건 절대적으로 진실이다. 시 정부는 주로 부유한 개발자, 투자자, 기업을 위해 설계된다. 주도적인 참가자들의 매력적인 모임은 가장 가치 있는 세금 감면과 보조금, 특별 법적 특권 등의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계약을 받는 경향이 있다. 도시 체제를 커먼즈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여러 행정적, 법적, 정치적으로 복잡한 특징들 투성이인 만만찮은 구조적 과제다.

더 미묘한 수준에서 우리는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바로 그 언어의 포로다. 나를 연사로 초대한 행사의 이름이었던 스마트 시티 세계 회의에서 단어 ‘스마트 시티’를 고려해보라. 이 회의는 ‘스마트 시티’ 정보 기술 판매자와 도시 수도 기술 판매자를 위한 두 개의 거대 무역 전시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바르셀로나의 연례 행사다.

‘스마트 시티’라는 용어는 IT 분야의 구매 권유가 강조되기 때문에 그들이 사랑하는 기술적/마케팅적 용어다. 그들의 상품은 도시 체계를 에너지, 수도, 교통 관리, 거버넌스 등에 있어서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 용어는 구매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제한적인 특허 기술의 민간 블랙박스를 의미한다. 이는 커먼즈의 비전이 아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중심에 있다.

스마트 시티 엑스포의 주최 측으로서 바르셀로나 시 정부는 이 행사에서 ‘스마트 시티’ 논쟁을 확장시키려고 했고, 그래서 나와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같은 사람을 초대했다. 하비는 세계 자본주의와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에 대해 훌륭한 글을 쓴 유명한 마르크시스트 학자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있었던 그의 연설은 많은 참가자들을 도발적이고 호기심 많다고 여기게 했을 것이다. 하비가 화려하고 번쩍이는 기업 무역 전시를 100야드 멀리 떨어져 어떻게 생각했을지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커먼즈로서의 도시’에 대한 나의 기조연설은 커먼즈 패러다임을 소개했고, 도시의 여러 인클로져를 묘사했다. 다양한 돌봄과 도시 커먼즈 재생을 위한 볼로냐 규정, 참여 예산, 데이터 커먼즈, 플랫폼 협동조합 등 커먼즈 기반의 도시 이니셔티브에도 초점을 뒀다.

판매 기업들에게는, 실제 시민이 ‘스마트 시티’로 통합될 수 있는지, 시민에게 진정한 주권이 주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다소 충격적인 연설이었을 것이다. 기술 쪽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클로져 정치나 커머닝 개념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연설이 끝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청중에 앉아있던 네덜란드 은행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아서 놀랐다. “도시들이 커먼즈가 되기에는 너무 커져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공정하게 창조하고 공유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기회주의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인류가 덜 매력적이긴 하지만 제도적 구조와 사회적 규범은 많은 걸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심도 있는 지점은 남아있다. 커먼즈 기반의 제도를 오늘날 존재하는 도시 정부의 복잡한 현실과 시장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아니면 커먼즈가 다른 영역을 완전히 장악해야 하는가?

나도 이 질문에 완전히 만족하는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다음 날 열린 워크샵을 위해 도시 정부 및 시장과 함께 ‘좋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혼합형 커먼즈(hybrid commons)라는 거친 유형을 생각해냈다. 커먼즈가 정부와 시장 논리로 새로운 소통 라인을 열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해서 커먼즈가 커먼즈 주권과 비전의 고결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은 중요한 점이다.

선물 경제(the gift economy) 학자인 루이스 하이드(Lewis Hyde)의 잔인한 결론을 기억한다. 그는 그의 책 《사기꾼이 이 세상을 만든다(Trickster Makes this World)》에서 위험한 힘을 가진 체제 전복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소멸되거나 추방되는 것이라고 했다. 효력 있는 제도는 “말썽꾸러기를 추방하거나 삼켜버릴 것이다.” 세 번째 더 위태로운 선택은 ‘안도 밖도 아닌 문지방에 머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 가능할까?

 

* 본 기사의 원문은 데이비드 볼리에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 읽기를 클릭하시면 해당사이트로 이동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