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권의 GCC아이디어]리브라는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기술 회사로 남으려는가 아니면 금융 회사가 되려는가?
“기업은 절대 사적 국가가 될 수 없다.”

이번 연재의 마지막 편에서는 리브라의 기술적 측면과 금융적 측면을 종합해보자. 지난 7월 17일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리브라의 등장을 논평하면서 “통화와 같은 역할과 힘을 가진 어떤 가상화폐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그 이유로 “기업은 절대 사적인 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페이스북과 같은 사적 기업이 공공재에 해당하는 통화 공급과 관리 책임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 대목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입장을 같이한다. 그는 지난 7월 11일 “리브라는 위상이나 신뢰가 없다”고 깎아 내리면서, “미국에는 진짜 통화(달러)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신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예고된 대로 미 상원 은행위원회(7월 16일) 및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7월 17일)는 페이스북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리브라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리브라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고, 리브라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페이스북 자회사 칼리브라 대표 마커스는 미국 내외의 규제기관들과 협력하는 가운데 이들 기관의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기 전에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청문회에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발행 추진은 어린이가 성냥갑에 손을 대고 있다가 집을 여러 차례 불태우고선 이를 경험을 통한 학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은행 계좌로 실험하는 기회를 페이스북에 제공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로써 일단 리브라가 내년에 공식 출시될 수 있을지는 페이스북 측과 미국 금융 당국의 협상을 지켜본 다음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페이스북 자회사 칼리브라 대표 마커스의 의회 발언에서, 자신들이 리브라를 발행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이를 테면 중국)이 먼저 유사한 화폐를 발행할 것이고 그러면 “효과적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을 실행하거나 국가 안보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국익을 위해 리브라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변호한 점이다. 아무리 의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라고 하지만, 은행 계좌를 열 수 없는 전 세계 17억 서민들을 위해 국경을 초월한 금융 거래를 문자 보내는 것처럼 편하게 해주겠다던 리브라의 대의명분과는 맞지 않는 발언이다. 미국의 달러 패권의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지극히 국가주의적인 사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정 기성 권력에 독립하는 것을 기술적 가치로 여기는 블록체인의 정신에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 여하튼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출시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기술적 측면- 왜 굳이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

페이스북은 백서와 기술 노트 공개를 통해서 리브라 구현을 블록체인으로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정확히는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으로 하겠다는 거다. 그러나 앞에서 두 번에 걸쳐 확인한 대로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기술과 결정적으로 차별화 되는 지점은, “완전 개방된 익명의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탈중앙화 상황에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은 어마어마하게 비효율적인 데이터 중복 저장과 비현실적으로 느린 처리 속도를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리브라는 현재 28개 컨소시엄(더 늘어나도 100여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 정도가 참여하는 소수의 허가된 노드들만의 사실상 중앙화 시스템이고, 이미 내부적으로 신뢰를 전제한 소수 참여자들로 국한되어 있어 굳이 비잔틴 오류 허용(BFT;Byzantine Fault Tolerance) 방식의 합의증명 같은 것조차 필요로 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림 1 : 리브라와 블록체인의 비교(금융위원회 2019.7.5.일자 자료)

따라서 리브라는 현재 시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이익을 볼 수 있는 어떤 강점도 없다.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5년 후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경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전례도 없다. 특히 만약 리브라가 성공적으로 런칭하여 전세계 약 24억 명 정도의 페이스북 월간 활동 사용자 수준으로 리브라 사용자가 늘어난다면, 그 블록체인의 데이터 사이즈는 현재 이더리움 블록 규모인 1.5테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크기로 데이터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아울러 그 정도면 1초 내에 엄청난 트랜잭션이 처리되어야 할 것인데, 이를 블록체인으로 감당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블록체인 아키텍처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5년 후 퍼블릭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희망 사항일 개연성이 높다.

금융적 측면 – 페이스북은 금융회사가 되고 싶은가?

두 번째로 금융적 측면에서 리브라에 관해서 종합을 해보자. 금융적 측면에서 리브라가 기존 암호 화폐와 갈라지는 가장 큰 차이는 ‘준비금’으로 가치의 안정성을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준비금은 몇 개 유력 국가의 통화 바스킷을 설정하고 여기에 리브라의 가치를 일정하게 대응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브라는 반복적으로 자신이 ‘안정화된 통화(Stable Currency)’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 대목이야말로 진정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지점일 뿐 아니라, 사업 방식과 방향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어찌 보면 리브라가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다는 대목이나, 암호화폐라는 대목은 크게 중요한 지점이 아닐지 모른다. 진짜 중요한 대목은 몇 개의 법정 화폐(fiat money)를 준비 자산으로 확보하여 가치를 안정화시키고, 따라서 당연하게 리브라를 보유한 사용자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약간의 변동성은 있겠지만) 안정되게 법정 화폐와 리브라 액면가를 교환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림 2 :  디지털통화 유형분류(출처: IMF가 2019년 7월 공개한 “The Rise of Digital Money”)

IMF가 2019년 7월 공개한 페이퍼 “The Rise of Digital Money”를 보면, 리브라를 통상적인 암호화폐와 완전히 분리시켜서 오히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같이 기존 은행 시스템과 연동된 디지털 코인과 유사한 계열로 보고 있다.(위의 그림 2 참조) 리브라의 경우 액면가에 의한 법정 화폐 교환이 국가 예금보험공사 등에 의해서 보증(B-Money)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는 알리페이와 같은 E-Money와 동일하다. 하지만 E-Money가 은행 예금 등을 기반으로 액면가로 법정 화폐 교환을 보증하는데 비해서, 리브라의 경우 준비금으로 설정된 통화 바스킷의 환율 변동에 따라 일정하게 액면가와 법정 통화 교환 비율이 변동하므로 완전히 안정된 것은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리브라는 채권처럼 상대적으로 안정된 증권과 유사하며 이를 지불 수단으로 쓰게 되는 상황이라고 묘사한다.

그런 점에서 리브라와 같은 I-Money는 특히 은행이나 카드사의 B-Money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을 갖는데 IMF 페이퍼에 의하면, 편의성(Conveniency), 접근성(Ubiquity), 보완성(Complementarity), 거래비용절감(Transaction Cost),  신뢰(Trust),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동시에 중요한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데, 유동성 위험(Liquidity risk), 디폴트 위험(Default risk), 시장 위험(Market risk), 그리고 환율 위험(Foreign exchange rate risk)이 그것이다. 당연히 준비금을 관리하자면 시장에서의 외환 자산의 운영과 결부되어 있는 통상적인 위험은 모두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리브라 운용은 기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운용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금융 행위로 전환된다.

페이스북이 내건 가치와 진짜 목적의 간격

이쯤 되면 원초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페이스북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가? 기술 회사로 남으려는가 아니면 금융 회사가 되려는가? 만약 페이스북이 자신의 성장과 수익성 창출을 하고자 리브라 비즈니스에 진출하겠다면 그것을 시장 경제에서 말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러자면 금융 회사 일반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금융 회사가 준수해야 할 거래 투명성과 검은 돈 세탁 방지는 물론, 뱅크런 등의 파산 위험에 대한 리스크 관리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SNS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금융을 동시에 연결해서 영업할 경우 발생하는 금융과 산업 분리의 위반을 미국 당국이 어떻게 판단할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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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5회에 걸쳐서 리브라에 대한 짧은 문제점을 기술적 측면과 금융적 측면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았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미지가 친근한 SNS기업이자 IT기업인 페이스북이 일반적으로 혁신 기술이라고 칭송되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통화를 만들어낼 계획이라는데 호감이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전 세계 17억 서민들을 위한 일’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니 더욱 열광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특히 암호화 화폐가 자산 거품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위험한 게임이고, 넓게 봐서 리스크를 많이 안는 방식의 금융 혁신이라는 점도 서두르기 보다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2016년 페이스북은 지금 리브라 출시 예고를 하면서 내걸었던 명분과 유사하게 수 십 개 개발 도상국들에게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겠다고 하면서 이른바 ‘페이스북 프리 베이직스(Facebook Free Basics)’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로부터 3년, 인도의 사용 실태를 꼬집은 한 비평가의 다음과 같은 진단이 이번 리브라에는 예외로 될 것인가?

“페이스북은 ‘프리 베이직스’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정보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하에 인도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프리 베이직스’는 인터넷이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한 접근과 다른 디지털 기능에 대한 제한적인 접근만을 가능하게 하는 페이스북 포털에 불과했다. 사실상 페이스북이 스스로 인터넷의 위치를 차지한 셈이다. 2018년까지 지속된 반발 덕분에 페이스북의 ‘디지털 식민지화’ 노력은 널리 비난받았다.”(알렉스 로젠블랏의 『우버혁명』 중에서)

김병권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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