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정태인 “YS 오점 ‘노동법 날치기’, 2015년 재현 可”

20151109cbsradio

-금융실명제, 경제투명성에 큰 기여
-과오는 외환위기, 무방비상태서 당해
-외환위기 이후 재벌이 정치 좌지우지
-구조조정의 필요조건은 사회적대타협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뉴스쇼 월요일의 코너인 뉴스 게임입니다. 뉴스의 미래와 행방을 예견해 보는 시간이죠. 11월에는 경제 분야 예측을 우리가 쭉 진행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의 정태인 소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정태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요. YS 문민정부 당시의 경제 상황을 우리가 좀 분석하면서 지금의 경제상황과 연결시켜서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 5년, YS 5년, 우리 경제에 굉장히 중요했던 기간이었죠?

◆ 정태인> 저는 YS의 업적은 역시 민주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979년이면 제가 대학교 2학년 때인데, 그때 YH사건이 있었고, 제명당했고요. 그리고 1983년에 목숨을 건 단식을 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행동을 했고요. 그리고 물론 3당 합당을 해서 대통령이 됐는데.. 금융실명제도 굉장한 성과이고요, 당시에 하나회도 척결해서 양대 개혁을 했다고 볼 수 있고요.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90%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어요.

◇ 김현정> 맞아요. 금융실명제에 이어서 부동산실명제도 했고요.

◆ 정태인> 1년에 하나씩 했죠. 처음에 금융실명제를 했고 1년 있다가 부동산실명제를 했죠. 분명히 금융을 투명하게 한 건 사실인데. 사실은 김현철 씨나 또 측근들이 줄줄이 나중에 부정으로 잡혀 들어가거든요. 그것 자체가 제도로는 훌륭하지만, 우리 사회의 규범, 정치인의 규범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가장 큰 오류는 역시 외환위기를 맞은 거죠.

◇ 김현정> 지금 총평을 해 주셨는데요. 좀 자세하게 들어가 볼게요. 우선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같은 투명화 정책, 당시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아니었습니까?

◆ 정태인> 그때는 차명계좌라는 게 당연한 거였으니까요. 지금은 은행가면 차명계좌 만들기 굉장히 어려워요. 요새는 대포통장 문제 때문에 본인이 은행에 가서 신분증 내고 까다롭게 하지만, 그때는 아무 이름이나 갖다가 통장을 만들었고, 그것이 거래가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금융실명제는 분명히 우리나라의 경제 투명성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나 YS의 과오, 경제적 과오로 지적되는 것은…

◆ 정태인> 역시 외환위기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1994년에 미국을 갔다 돌아오면서 세계화가 국정지표라고 선언을 해요. 지금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로서는 아무도 무슨 소리인지 몰랐고 세계화를 학계에서만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라고 공부를 하고 있었던 시대거든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도대체 의미가 뭐냐고 하니까 청와대에서 세계화라고 발표를 하면서 영어로 ‘SEGYEHWA’로 쓴다고 발표를 했거든요. (웃음)

◇ 김현정> (웃음) SEGYEHWA 이렇게?

◆ 정태인> 정말 코미디 같지만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아무 준비도 없이 세계화를 했는데 세계화의 핵심은 자본시장 개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무역 개방에 이어서 이번에는 돈 거래를 개방하겠다, 돈이 왔다갔다 자유롭게?

◆ 정태인> 금융자유화라고 해서 금리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인데. 당시에 우리나라는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던 시대였어요. 재벌들이 투자를 하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이자율이 굉장히 높았거든요. 그런데 세계적인 이자율은 굉장히 낮았고요. 그래서 싼 이자로 달러를 빌려와서 대규모 투자를 한 거죠. 철강이나 자동차 재벌들이 그 때는 상대 재벌을 흉내냈어요. 그러니까 그때는 굉장한 의욕이 있었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죠.

가령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한다든가 현대가 반도체를 한다든가, 철강을 한다든가 이렇게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죠. 아시아에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외환위기가 일어났는데 외국자본이 그때 한국과 동남아 국가를 차별하지 않았거든요? 일거에 우리나라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는데 달러 바꿔 줄 돈이 없었거든요.

◇ 김현정> 외환보유고는 너무나 적고 빌려온 외환은 너무나 많고.

◆ 정태인> 그것도 단기 자본을 빌려와서 장기 투자를 했으니까 계속 투자가 들어가야 되는거죠. 그래서 ‘롤오버’라고 대출 만기연장을 해줘야 하는데 외환위기 때, 동아시아 위기 때문에 만기연장을 안 해 주거든요. 그러면 빌린 돈을 달러로 바꿔줘야 하는데 달러가 없으니까 이게 외환위기를 맞게 된 거죠.

◇ 김현정> 앞에서 윤여준 장관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김영삼 전 대통령 주변 관료들은 IMF 터지기 직전까지도 계속 장밋빛 보고만을 했다’ YS는 몰랐다고 해요.

◆ 정태인> 우리나라가 1979년에 박정희 시대 말기 위기가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 피살로 이어졌잖아요. 그 이후에 사실은 경제위기가 이렇다 할 경제 위기가 없었고, 특히 1980년대 말에는 3저 호황이 있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노동계 대투쟁으로 임금도 올라갔거든요. 그래서 내수와 수출이 같이 늘어났던 가장 좋았던 시기입니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가요. 그래서 관료들이 위기대응하는 능력이 없었죠.

◇ 김현정> 설마 우리에게 위기가 올까? 상상도 못한 위이가?

◆ 정태인> 그러니까 DJ 대통령 되기 전까지는 위기경보시스템이라는 것도 없었어요. 위기가 일어날 조짐을 미리 파악해서 준비를 하는 그런 시스템도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무능한 상태였고. 그리고 또 하나는 자본 자유화라고 하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정책을 쓰면서 준비는 하나도 안 하고…

◇ 김현정> 세계화라고 ‘SEG…’ 이렇게 쓸 정도로 준비도 없이 문을 열었다라는 그런 말씀이세요. 그러면 20년 전 문민정부 때의 과오가 혹시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것들, 극복되지 못한 것은 어떤 게 있다고 보세요?

◆ 정태인> 경제 규제를 해야 하고 사실은 이 시대 가장 중요했던 건 재벌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1994년 세계화를 얘기하면서 이건희 삼성회장이 ‘기업은 1류, 정부는 3류’라고 하는 유명한 말을 남겨요. 그때부터 정부 고위 공무원을 삼성연수원에 보내요. 재벌들이 ‘우리가 우위에 있다, 실력으로 우위에 있다’라는 걸 인정을 했다는 것이고, 재벌들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 하게 되죠. 그래서 재벌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게 사실은 경제정책처럼 됐고, 그것이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도 사실 극복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재까지 이러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양극화는 그때보다 더 심각해지고.

◆ 정태인> 그렇죠. 외환위기 이후에 시장에 맡긴다는 것과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이것을 통해서 사실은 시장에 맡긴다라고 하는 것은 재벌들 마음대로 한다는 거죠.

◇ 김현정> 다른 말로 하면 그렇죠.

◆ 정태인> 그리고 나서는 세금인하까지 해 줬으니까요. IMF 이전에는 과잉투자가 문제였어요. 우리나라 투자율이 40%였거든요.

◇ 김현정> 너무 투자해서 문제였군요? 거품.

◆ 정태인> 지금은 과소 투자가 문제죠.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마는 재벌들한테 제발 투자 좀 해달라고 하면 재벌들이 요구한 것은 규제완화였어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정태인> 그런 식으로 2개가 맞물려 가면서 지금은 재벌들이 마음대로 하고 또 노동자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막 벌어지기 시작하거든요. 전체적으로는 실질 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낮아져요. 그러니까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보다 임금을 덜 주기 시작한 게 1995년~1996년경부터입니다. 그게 지금은 굉장히 많이 벌어져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벌어져 있는 상태거든요. 그렇게 되면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때를 기점으로 해서 지금도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 양극화 문제를 지금 지적을 해 주셨는데. 이번에 평행이론이랄까요? YS 재임 당시하고 지금 현재가 거의 비슷하게 겹쳐지는 이슈, 찾아보자면 있죠?

◆ 정태인> 그럼요.

◇ 김현정> 저는 기억나는 게 노동 분야인데요.

◆ 정태인> 1996년 말에 노동개혁이라는 것을 했는데. 이제 기업이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때 제가 영국에 있었는데 그때는 PC통신을 했습니다. PC통신망에 글을 썼어요. 손학규 씨와 김문수 씨에 대해서 썼는데요. 당시에 이른바 운동권에 있다가 그때는 신한국당에 있었는데 ‘이걸로 당신들의 정치생명은 끝났다, 경제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썼었죠.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치기가 됐어요. 통과가 됐어요. 1996년 12월입니다.

◆ 정태인> 당시에는 민주노총이 굉장한 국민들의 신망도 얻고 있었고, 굉장한 힘을 보여줬죠. 그때 당시 대표가 권영길 위원장이었을 거예요. 권영길 위원장이 나중에 대선까지 나오는 계기가 됐는데.

◇ 김현정> 그러니까 그때 통과시킨 핵심 법안이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였다면 지금 2015년에 강행되고 있는 법안의 핵심은 뭔가요?

◆ 정태인> 일반해고죠. 지금 겉으로 현수막을 보면 바로 이 노동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써있지만 사실은 관계가 전혀 없고요. 임금피크제를 하면 물론 기업이 어느 정도 돈을 남기기는 할 텐데. 그것을 가지고 다시 청년을 다시 고용하는 건 아니거든요.

◇ 김현정> 지금 그거 헛구호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사실은 청년 일자리를 위해서 아버지들이 이번 노동법도 찬성해야겠다, 이런 분들도 많으신데요?

◆ 정태인> CBS가 그러겠어요? (웃음) 변상욱 대기자 월급을 반으로 자른다고 해서 기자 한 명 고용하겠어요?

◇ 김현정> (웃음) 아니라고 보세요?

◆ 정태인> 그것은 CBS 방침에 따라 다르겠지만 웬만하면 그렇게 안 될 거예요.

◇ 김현정> 바로 연결은 안 될 거라고 보시는 거군요.

◆ 정태인> 핵심은 일반해고의 자유이고요. 이것이 YS 때랑 다른 것은 그때는 관료들이 뭔가 개혁을 해야 되겠다는 것은 굉장히 큰 구조개혁을 생각했거든요. 위기에 대한 대책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위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거든요.

◇ 김현정> 바로 앞에 위기가 있기 때문에 바로 일반해고 요건을 쉽게 하자는 게 이번 법이잖아요.

◆ 정태인> 선제적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지금 중소기업하고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을 발표를 했고 실사를 들어가서 내년에는 구조조정을 할 것인데요. 이게 긴박한 외형상의 위기가 아닌 상태잖아요. 그럴 위험이 지금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려면 지금 보통의 상태에서도 해고를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게 바로 이번 노동 개혁 입법의 핵심이죠.

◇ 김현정> 긴박하지 않아도 해고할 수 있다는 게 이번 노동법 개정안이고요. 그러면 이거 통과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20년 전 그때처럼?

◆ 정태인> 글쎄요. 지금 야당이 워낙에 힘이 약하고 숫자로도 밀리니까 저항은 하겠지만 뭔가 다른 것과 교환을 하게 될 것인데. 현재 민주노총 힘이나 노동계의 힘으로 봐서는 막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당시가 훨씬 더 강했거든요.

◇ 김현정> 20년 전에 대해서 불가피했다라고 보는 분들 많이 계세요. ‘구조조정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는 건데요. 지금은 그러면 어떻게 보십니까?

◆ 정태인> 지금은 구조조정을 할 수는 있는데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죠. 사실은 구조조정을 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모르겠는데요. 조건은 뭐냐하면 수출이 확 늘어날 수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지금 수출이 늘어날 수가 없거든요.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무역도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오히려 내수가 늘어냐야 합니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건 오히려 내수를 축소시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계 전체하고 경영계 그리고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도 올려주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그런 협약을 맺어야 되는 것이죠. 저는 아마 민주노총이나 야당이 그런 걸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런 방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더 나쁜, 더 깊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 김현정> 오늘도 참 쉽고 명쾌하게 정리를 해 주셨는데요. 정태인 소장님, 다음주에도 뵙겠습니다.

◆ 정태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수고하셨습니다. 뉴스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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