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애덤 스미스부터 현재까지 250년 경제사상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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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 헌트, 마크 라우첸하이저 지음/홍기빈 옮김/시대의창/6만5000원

이 책은 애덤 스미스에서 21세기 자본주의까지 250년의 경제사상을 망라한 역작이다.

E K 헌트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와 마크 라우첸하이저 얼햄대 경제학과 부교수가 함께 썼다. 10여년 만에 나온 3판으로 지금의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을 분석했다. 미국 진보 경제학 진영에서는 ‘경제사상의 교과서’로 인정받는다.

저자들은 다양하고 방대한 경제학의 주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유의미한 관련 인물들을 부각시켜 경제사상을 설명한다.

헌트 교수는 한 시대의 경제이론을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의 산물로 해석했다. 물론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18세기 말의 자본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변화는 연속된 과정이며, 18세기 말과 19세기 경제학자들 사이의 다양한 관점의 차이가 오늘날 경제학자들의 저서에서도 반복된다고 보았다. 홉슨, 룩셈부르크, 레닌의 이론을 살피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장점과 맹점을 풀이한다.

저자들은 “21세기 인류의 경제는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경지로 나아가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에 익숙했던 산업 모델에서 만들어냈던 모든 기존의 경제 사상과 이론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지금의 현실을 타개할 만한 구체적이고 유효한 정책과 제도를 내놓는 경제 사상과 이론은 없다. 경제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제대로 예측하고 진단하는 사상과 이론은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한심한 상태에서 유일한 방안은 지금의 경제사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구축되어 왔는지 하나하나 복기해보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1982년 이 책의 한국어판이 처음 나왔지만 군사독재 시절이라 많은 내용이 삭제됐다. 이번에는 당시 삭제됐던 내용이 삽입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이론들이 두루 반영됐다. 삭제된 내용은 군사주의가 주류를 이룬다. 저자들에 따르면 군사경제는 대기업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는 부자에게서 가난한 이들로 소득을 재분배하지도 않으면서 총수요를 자극한다.

정부가 돈을 댄 연구를 통해 군사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이것이 국민 생존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시킨다. 군사 프로젝트는 민간 부문의 이윤 창출과 경쟁하지 않으며 대기업에게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군사주의를 위해 자유주의 국가들이 치른 대가는 군산복합체였다. 국가는 기득권층에 적당한 이윤을 제공했지만 이는 소득 분배와는 무관한 산업이었다.

저자들은 “군산복합체야말로 자유주의 산업구조의 최중심부에 뿌리박은 암덩어리가 되어 있다”면서 “특히 미국은 공산주의 위험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냉전을 식히는(cool off) 것도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원문은 세계일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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