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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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불과 나흘 전인 10일, 최경환 당시 부총리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선방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봐도 (IMF 사태와 같은 위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큰 위기’와 ‘대량실업’을 얘기하고 경제부총리는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상반된 진단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최 부총리는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해야 했고, 대통령은 ‘큰 위기’가 국회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18일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추정을 확인해 준다. “(7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서, 내년의 각종 악재들을 이겨내기 위한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즉 정부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는데 국회가, 서비스시장 규제 완화와 기업 인수 합병을 간편화하기 위한 ‘경제활성화 2법’, 그리고 일반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확대를 목표로 하는 ‘노동개혁 5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서 제대로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무수석이 감히 국회의장에게 ‘7법’을 직권상정하라고 을러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정부의 새해 경제 전망부터 짚어보자. 정부는 금년 실질경제성장율을 3.1%로 예측했다. GDP 지출항목별 증가율은 각각 수출 2.1%, 소비 2.4%, 설비투자 4.4%, 건설투자 4.3%이다.

하지만 작년 수출(통관기준) 증가율은 –7.3%였고 이 수치는 계속 악화됐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중국의 주식시장에 서킷브레이커(중국의 경우 7% 이상 주가가 변동하면 자동적으로 시장이 문을 닫는다)가 두 번이나 발동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브라질과 러시아, 그리고 태국 등 원자재 수출 국가들은 이미 위기에 빠졌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급증할 리도 없다. 따라서 올해 수출증가율이 갑자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2.1%로 반전한다는 것은 과도한 낙관이다.

GDP의 50%를 차지하는 소비에 관한 전망도 마찬가지다. 2010년 이래 소비증가율은 매년 1% 후반대에 머물렀고 작년 말 가계부채는 1200조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율은 작년 3/4분기 기준 10.4%인 반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3%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4년 1/4분기 이후 가계부채의 급증은 온전히 박근혜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주택경기를 살려서 경제성장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가계가 빚을 내서 집사고, 전세값을 올려주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초이노믹스’의 알파요 오메가였다.

설비 투자의 경우, 2011년 이래 가동율지수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82->78), 재고율 지수는 128까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설비투자를 계속 늘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정부 재정으로 토목 건설을 확대하고 또 한번 주택 건설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계속 집을 사서 기업형 임대사업을 확대하고 일반 서민이 계속 전셋값과 월세를 올려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집을 살 여유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결국 올해 경제성장율은 잘해야 1% 후반대에 머무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 소원대로 ‘선제적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규모 해고가 일어나면 취업자의 임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이 줄어드는 데 내수까지 급격히 위축되면 경제는 총수요부족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고용과 임금이 증가해야 할 시점에 정반대의 정책을 강행하기 때문에 맞는 위기다. 올해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위기를 맞는다면 그건 오로지 박 대통령과 경제 관료들의 무능 때문이다.

 원글은 여성신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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