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비즈] ‘책 속의 경제’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

시장경제가 확립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생산 활동에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서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을 동기로 삼는 경제 시스템은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물론 공동체 전체 차원에서는 언제나 식량에 대한 걱정이 있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가 이러한 걱정을 개인들에게 떠넘겨서 자신이 사냥이나 경작 혹은 수확에 어느 만큼이나 참여하는가에 따라 자기 입으로 떨어지는 몫이 얼마나 될까를 걱정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칼폴라니,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회철학자. 대표 저서인 <거대한 전환>에서 그는 ‘인간ㆍ자연ㆍ화폐를 상품으로 보고 시장에 맡겨둔다면, 결국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주장했다.

원시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굶주림에 대한 공포라는 동기 때문에 경제 영역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여러 제도적 안전장치들이 있었다. 중세 사회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으며 심지어 중상주의 시스템조차도 실은 그러했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우리가 경제적 유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멀리 하려는 경향이 존재했다.

한 개인이 굶주림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더 잘 살게 되거나 못 살게 될까봐 걱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며, 우리 사회보다 더 가난한 사회들에서 굶주림의 채찍이라는 것은 분명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칼 폴라니,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칼 폴라니. 홍기빈 옮김. 착한책가게)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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