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새책-황해문화] 정당에 ‘성장’을 묻다

▲ <황해문화> 2016년 겨울호- 통권93호 새얼문화재단 420쪽, 비매품

황해문화 2016년 겨울호(통권93호, 새얼문화재단, 420쪽)는 ‘정당에게 ‘성장’을 묻다’를 특집으로 다뤘다.

우리나라의 연간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3%를 넘지 못하리라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낮은 국내총생산 증가율로 대표되는 저성장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실업률, 노인빈곤율, 비정규직비율, 소득불평등지수 등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 경제의 질적 변화도 염려의 대상이다. 그런 만큼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는 정당들도 제각기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 게 당연하다. 물론 당연과 필연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제는 핵심 이슈가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당들이 경제에 대한 나름의 진단과 처방을 내놓고서 그것으로 우월을 다툴 수 있다. 황해문화는 각 정당이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놓을지, 그것들이 서로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지, 그리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미리 알아보고자 이번 특집을 기획했다.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 중에서도 핵심어는 ‘경제성장’이다. 경제성장은 과연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 무엇을 위한 어떤 경제성장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경제성장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특히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한 각 정당의 답을 듣고자 의도했다.

<황해문화> 93호는 총론 외에 다섯 편의 글로 특집을 꾸렸다.

이정우 명예교수는 이번 특집의 총론격인 ‘성장지상주의를 넘어 포용의 경제로’에서 분배와 성장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론과 경험을 소개한다.

분배가 불평등하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되어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그리고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분석하고, 분배와 성장이 동행하는 포용성장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검토한다. 포용성장과 대비되는 부채주도, 수출주도는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윤창현 교수는 ‘새누리당의 경제성장전략에 관한 소고’에서 소개하는 새누리당의 성장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되었거나 시도된 것들이기에 매우 구체적이다.

그 정책들의 배경에 있는 기본 인식도 분명한데, 핵심어는 ‘일자리 창출’이다. 윤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일자리는 키움(성장)과 나눔(분배)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고,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기업 투자에 관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투자세액공제, R&D 지출 세액공제, 고용장려금 등을 확대해서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을 통한 SOC 투자도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으로 제시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홍종학 전 교수는 ‘더불어성장이 빠른 성장의 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경우에 따라 포용적 성장, 소득주도성장, 경제민주화에 의한 성장, 더불어성장, 국민성장 등의 용어를 사용했으나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여 국민 전체의 소득이 증가하는 성장인데, 이러한 성장만이 지속적으로 수요를 창출하여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당은 공정성장이라는 하나의 용어를 줄곧 사용해왔다. 그것은 국민의당 이전에 안철수 의원이 사용하던 용어이기도 하다.

채이배 의원이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의당의 해법 : 공정성장’에서 인용하듯이 공정성장론의 핵심은 ‘공정한 제도와 정책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되는 경제’다.

그렇다면 공정한 제도와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그런 제도와 정책이 어떤 혁신을 어떻게 가져오며,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그리고 분배는 그런 제도와 정책에 의해 얼마나 개선될까? ‘공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 만큼 따져볼 만한 문제다.

그래서인지 공정과는 별도로 혁신성장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을 내세운다. 교육혁명을 포함하는 생산적 복지도 공정성장론의 한 축을 이룬다.

정의당의 정책자문단인 ‘정의구현 정책자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의 정태인 소장은 ”정의로운 경제’는 실현가능한가’라는 글에서 정의당의 정책을 소개한다.

정 소장에 따르면, ‘지속적 침체’로 규정되는 현 상황에서는 어느 정당이든 불평등과 성장을 연계하는 전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정의당의 성장정책은 ‘소득주도성장전략’과 ‘정의선진복지전략’을 포함한다.  

정의당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소득 재분배에 그치지 않고 시장 분배에 정부가 개입해서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것이며, 그 핵심은 노동조합 등 주체역량의 강화에 의한 사회적 합의에 있다.

정 소장이 강조하는 게 또 있다. 정의당이 집권해서 이런 성장정책을 실행할 수 있으려면 노동조합의 힘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선거제도도 중요한데,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복지정책이 승리하기 쉽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지막 글 ‘먼저 지옥문을 닫고, ‘성장 너머 행복의 나라’로 가자!’는 녹색당을 염두에 두고 홍태희 교수에게 청하여 받은 것이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만든 현실의 네 가지 특성을 적시하면서 ‘지옥’이라 부르고, 지옥문을 닫기 위한 여섯 가지 방안 또는 지침을 제시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저성장을 인정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하자는 것인데, 이 둘은 어색한 조합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홍 교수가 강조하는 개념은 ‘탈성장 경제’인데, 이것은 네 가지 문제의식의 적용으로 설명된다. 그 문제의식 중 하나를 기술하면, ‘모든 경제성장은 다른 가치의 파괴를 동반한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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