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소득주도 성장전략 획기적…’포괄적 증세’ 국민적 합의 필요”

 

“소득주도 성장전략 획기적…

‘포괄적 증세’ 국민적 합의 필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

‘문재인 정부 100일’ 점검 토론회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가계소득 증가→기업투자·일자리 증가
‘중소기업이 동력’ 역대정부와 차별
시간 오래 걸려 지지율 약화 여지
자산 불평등 놔두면 블랙홀 가능성

 

강병구 인하대 교수
적극적 증세 기조 전환 바람직하나
연 5조5천억 세수증가만으론
5년 국정과제 178조 충당 못해
능력별 차등 ‘누진적 보편증세’ 필요

 

주상영 건국대 교수
재정 50%가 경직성 의무지출
지출 줄여 필요재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 열쇳말은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다. 이 두 가지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양질의 일자리 없이는 소득 주도 성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 100일(17일)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노동·경제 정책을 점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100일 사회경제정책 점검 토론회’의 2세션(경제정책 및 증세전략)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상영 건국대 교수,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 김태일 고려대 교수, 강병구 인하대 교수,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100일 사회경제정책 점검 토론회’의 2세션(경제정책 및 증세전략)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상영 건국대 교수,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 김태일 고려대 교수, 강병구 인하대 교수,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수요 측면에서 가계소득 증가를, 공급 측면에서 중소기업 육성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은 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모호해, 포괄적인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100일 사회경제정책 점검 토론회’에서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가계소득 증가에서 시작해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이 ‘처음 가는 길’이긴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정합성이 있다고 밝혔다. 즉, 한국은 분배를 개선하면 성장률이 오르는 ‘임금 주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를 ‘소득 주도 성장’ 및 ‘일자리 중심 경제’란 뚜렷한 정책 기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나 클러스터 등 협력·혁신의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기업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새 정부의 전략도 대기업 규제 완화에 치중했던 역대 정부와 차별화되는 “정책의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효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국민의 지지가 중도에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가계에서 소득이 늘더라도 당분간 빚 갚는 데 치중해 소비 증가는 한참 뒤에나 나타날 수 있고, 혁신 생태계의 모델인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나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중소기업 클러스터는 최소 10년, 최장 50년 이상 걸리는 과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등 대외 불안요인을 다룰 전략이 부재하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축적에 따라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정 소장은 “한국의 자산 불평등은 이미 세계 1위 수준”이라며, 이를 그대로 두면 소득 주도 성장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계소득 증가분을 모두 흡수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구 교수(인하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세입확충 방안은 세수 자연증가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증세에 소극적이며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 방안이 빠져 있는 등 조세의 재분배 기능 개선에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7년 세법개정안은 과거 두 정권의 감세 기조를 공평 과세와 조세 정의에 기반을 둔 적극적 증세 기조로 전환하고 자산소득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점에서 차별성을 보였으나, 연간 5조5천억원의 세수 증가로는 5년간 국정과제 이행에 소요되는 178조원의 재정지출을 충당하기에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에 조응하는 조세 체제로 모든 국민이 부담하되, 능력에 따라 차등화하는 ‘누진적 보편증세’를 제안했다. 이는 소득에 대한 누진과세, 사회보험료 적정화, 소비 과세 확대를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것으로, ‘넓은 세원과 적정세율’을 결합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재정지출을 효율화하고 복지를 확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한편 연대와 공존의 철학에 바탕을 둔 담대하고 미래지향적인 증세 프레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상영 교수(건국대)는 경직성 의무지출 비율이 재정의 50%에 이르는 현실에서 재정지출을 절감해 소요재원을 마련하려는 새 정부의 방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재정적자는 불가피하며 바람직한 면도 있다”며 △출산율 제고 △공교육 혁신 △분배 친화적 공공투자 등에 투입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주 교수는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40.4%인데 5년 후 44% 내외로 확대돼도 큰 무리가 없다”며 “증세와 지출 효율화로 재정을 충당하면서 추가로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의) 본원 적자 비율이 1.5~1.8%에 이를 정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세은 교수(충남대)는 집권 초반 뚜렷한 성과를 내고 국민의 호응을 얻는 데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희소한 토지 자원으로 인해 불로소득 창출이 매우 용이한 부동산을 적절히 통제하지 않는 한 소득 주도 성장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성장 전략인 소득 주도 성장 못지않게 추락 중인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실천할 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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