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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4차 산업혁명’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7-03 11:21
조회
293
 

‘4차 산업혁명’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


구호 뒤에 숨은 이익집단 경계, 개인정보 규제완화에 맞선

데이터 리터러시 확보·시민사회도 기술중심 대응해야


 

▲ 지난 27일 오후 ‘문화연대 기술+미디어 문화위원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어디로? 기술사회의 비판적 상상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종교처럼 됐습니다. 토론회 패널로 가면 ‘4차산업혁명’을 믿는지부터 물어봅니다. 박근혜 정부 말까지는 이와 비슷하게 창조경제에 대한 믿음이 강요된 측면이 있습니다.”

심우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지난 28일 오후 ‘문화연대 기술+미디어 문화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이 지난해 만든 용어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중심의 기술발전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정책을 내세웠으며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구호 뒤에 이익집단 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의 문제를 지적했다. 기술 변화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과장됐다는 것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3차산업혁명의 B국면”이라고 정의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이 용어를 만든 슈밥의 책이 독일보다 한국에서 더 잘 팔리고 공식적으로 이 용어를 쓰는 나라도 한국 외에는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홍기빈 소장은 4차 산업혁명 담론이 낡은 ‘기술 입국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960년대 해외에서 선진기술을 배워 와 돈을 많이 벌자며 사회 전체를 동원하는 기술입국론의 재탕 삼탕”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스티브 잡스 10만 양병설’이 공허한 것처럼 (정보화 혁명인) 3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아닌 사회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기술만 들여오자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만 유독 ‘4차 산업혁명’ 붐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홍기빈 소장은 “이익집단이 뒤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뒤 “재벌기업과 사익집단이 기술입국론을 앞세워 결과물을 나눠가지는 걸로 귀결될 것이다. 이는 1960년대 때부터 반복돼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은 “‘4차 산업혁명’은 창조경제 실패 이후 관련 교수, 학자들의 탈출구이자 대선 과정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해야 했던 캠프 책사들에게 비상구였다”면서 “두 가지 증폭과정을 거치면서 국가적인 어젠다가 됐다”고 분석했다. 

 

▲ ⓒ istock

 
 

빅데이터 규제완화·알고리즘의 위험성

‘4차 산업혁명’을 빌미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는 개인정보의 기준을 대폭 축소하고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발의됐거나 발의가 추진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기업에 노출돼 정보인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심우민 조사관은 “개인정보 보호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데, 산업진흥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해야하니 무작정 규제를 완화하자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이는 규제가 사라진 영역에서 선점하거나 독점하겠다는 의도이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등 기업 간 기술격차와 플랫폼 독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이사는 “포털 다음이 알고리즘을 통해 뉴스를 배치하고 있는데, 좋은 기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떤 기사를 던져야 많이 클릭하고 오래 체류하는지가 중점이다. 지극히 영리적인 목적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포털과 언론의 격차도 커지고, 언론이 지금보다 더욱 종속될 것이다. 포털을 어떻게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기술 변화에 시민사회 대응도 진화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발제자인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술질서, 데이터 권력에 반해 재해석하고 저항할 수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 문식)가 필요하다”면서 “소비자의 활동에 기반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윤을 갖는 기업들에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그 내용을 일반인들이 해석하고 저항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빈 소장은 “시민사회진영이나 노동운동이 더 이상 기술을 도외시하면 안 되고 기술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연구해 어떤 사회혁신이 필요한지 공세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중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역시 “과거 시민사회가 ‘시민정보화헌장’을 만들고 산업발전에 맞서 정보인권 개념을 제시했듯, 새로운 안티테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민사회가 기술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시민사회에 기술과 관련한 사람이 많지 않고, 봉사자들도 찾기 힘들다”면서 “해외는 사회에 참여하는 진보적인 엔지니어 풀이 폭 넓지만 한국의 IT노동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참여에 한계가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심우민 조사관은 제도적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절차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은 가치를 제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절차가 중요하다”면서 “현장에서 보면 시민사회 의견이 반영되는 절차는 부수적이고,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 행정기구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2017. 06. 29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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