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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치밀했던 청문회 답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2-13 17:57
조회
538
 
▲ 지난 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는 그야말로 ‘이재용 청문회’였다. 9명의 재벌총수와 10명의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맨 가운데 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답변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재용 부회장은 청문회 내내 겸허한 태도로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으나, 정작 이번 사태와 관련된 핵심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청문회 단골 답변이 이재용 부회장 입에서도 쉼 없이 나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당당함보단 쩔쩔매는 모습으로 일관하며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삼성에서 최순실 지원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장충기 미래전략실장에 대한 질문을 던진 뒤, 이재용 부회장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자꾸 머리 굴리지 마세요”라며 질책했다. 또 같은 당 김한정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미안한 얘기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면접에서 낙방할 것 같다”, “동문서답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혼쭐 난 이재용 부회장, ‘불법’과는 끝까지 선 긋기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하지만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답변 방식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은 문제가 된 자금 관련 질문에서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회피했다. 모두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보고를 받았다며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렸고, 집중적인 추궁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와 관련해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뇌물 관련 의혹도 피했다.


물론 향후 특검 수사에서도 이러한 책임 회피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청문회에서 만큼은 최순실 지원 관련 의혹을 일제히 부정하는데 성공했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도 끝까지 ‘저지선’은 지킨 것이다.


◇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에 담긴 의미는?


시종일관 애매한 대답으로 일관하던 이재용 부회장이 명확하게 내놓은 답변도 있었다. 그 중 주목할 것은 전경련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을 통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 및 대가성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작심한 듯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전경련 기부금(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해체론에 직면한 전경련을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답변이었다. 이후 다른 재벌 총수들도 잇따라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전경련은 해체 또는 역할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는 답변이었다. 우선 전경련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역할이 다했다. 따라서 전경련 탈퇴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오히려 ‘발 빼기 좋은 타이밍’이 됐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가장 먼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히며, 정경유착에 대한 강한 해결 의지를 내보이는 효과를 봤다.


◇ 혼쭐 난 이재용 부회장, ‘불법’과는 끝까지 선 긋기


이처럼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하지만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답변 방식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은 문제가 된 자금 관련 질문에서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회피했다. 모두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보고를 받았다며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렸고, 집중적인 추궁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와 관련해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뇌물 관련 의혹도 피했다.


물론 향후 특검 수사에서도 이러한 책임 회피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청문회에서 만큼은 최순실 지원 관련 의혹을 일제히 부정하는데 성공했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도 끝까지 ‘저지선’은 지킨 것이다.


◇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에 담긴 의미는?


시종일관 애매한 대답으로 일관하던 이재용 부회장이 명확하게 내놓은 답변도 있었다. 그 중 주목할 것은 전경련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을 통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 및 대가성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작심한 듯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전경련 기부금(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해체론에 직면한 전경련을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답변이었다. 이후 다른 재벌 총수들도 잇따라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전경련은 해체 또는 역할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는 답변이었다. 우선 전경련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역할이 다했다. 따라서 전경련 탈퇴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오히려 ‘발 빼기 좋은 타이밍’이 됐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가장 먼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히며, 정경유착에 대한 강한 해결 의지를 내보이는 효과를 봤다.



   
▲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및 미래전략실 해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미래전략실 해체는 전경련 탈퇴보다 조금 더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미래전략실은 그간 삼성전자의 ‘머리’ 역할을 한 곳이다.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인수 및 합병, 인재 영입 및 인사 등 핵심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엘리트’들만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전략실의 역사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다. 이후 이건희 회장 시절이자 IMF 위기가 찾아온 1997년 ‘구조조정본부’라는 이름으로 개편됐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엔 50여명 수준으로 조직이 대폭 축소된 바 있다. 이후 2010년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이란 이름으로 확대개편돼 현재 250여명이 근무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왜 해체 의사를 밝혔을까. 이재용 회장의 이 답변은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청문회 이튿날 “미래전략실 해체는 예정된 발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래전략실 해체 답변은 이재용 회장 본인의 뜻이 강력하게 담긴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다. 그런데 이것을 없애라고 하니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태인 소장은 “재벌 3세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2세의 측근들이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에 아버지의 측근들을 한 번에 날려버릴 찬스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재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많은 고초를 치렀다. 메르스 사태로 대국민사과를 했고, 아버지의 성매매 동영상 의혹이 제기됐으며, 갤럭시7노트는 배터리 폭발 결함으로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까지 더해졌는데, 이 모든 게 불과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삼성의 이러한 행보는 이건희 회장 시절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내부장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랜 세월 후계자 준비를 해왔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갑작스레 삼성그룹의 리더가 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조직장악이 완벽한 시점은 아니었다.


북한의 김정은은 역시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예상보다 일찍 리더 자리에 올랐다. 초반엔 다소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아버지 시절 최측근들을 과감하게 제거하며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다진 바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 나온 이재용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은 향후 삼성그룹의 행보와 관련해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가 ‘이재용 체제 구축’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이 법적 책임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내부고발자가 나오거나 철저한 법적 대응에 실패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은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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