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전환

왜 지금, 철지난 책이 21세기 현재의 우리 사회에 주목받고 있는가
한 권의 책이 다시금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은 국내에서건, 국외에서건 마찬가지이다. 1944년에 씌어진 책이 왜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어떤 경제사가가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책들이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이 책은 철지난 시대에 다시금 우리 앞에 고개를 내미는 것일까.
간략히 말하자면, 이 책은 21세기 현재의 시점에서 지구적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를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저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시장 자유주의, 즉 나라 단위의 사회들과 지구 경제를 모두 자기조정 시장을 통해 조직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믿음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강력한 비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점은 이념적으로 좌·우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 스스로 좌·우 두 논리에 대한 치밀한 비판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논리를 주창한다. 즉 그에게 하이에크나 마르크스 모두는 비판적 극복대상이며, 그들이 보지 못한 ‘경제’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비록 세기가 바뀐 지금에서도 더욱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시장 자유주의는 지난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초 냉전 종식과 함께 대처주의, 레이건주의, 신자유주의, ‘워싱턴 컨센서스’ 등의 이름을 달고 지구 정치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44년 직후 미국과 소련 사이에 냉전이 격화되면서 폴라니의 기여가 갖는 의미는 잊혀지고 말았다. 자본주의 옹호자에서건, 현실 사회주의 옹호자에서건 지극히 양극화된 논쟁 속에서 폴라니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논리의 주장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칼 폴라니의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와 제3부에서는 어떻게 1815년에서 1914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대적인 평화와 번영을 구가해온 유럽이 갑자기 세계대전에 빠져들고 그 다음에는 경제적 붕괴가 이어지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의 핵심인 제2부에서 그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경제와 경제학은 인간의 ‘사회’라는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 인간을 위한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