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커먼스’ 시대가 온다] 커먼스 전환과 P2P <7> 페이스북이 ‘디지털 봉건주의’를 넘어서려면?

 

[‘커먼스’ 시대가 온다] 커먼스 전환과 P2P<7>

페이스북이 ‘디지털 봉건주의’를 넘어서려면?

 

 신자유주의를 무작정 옹호하는 목소리는 이제 잦아들었다. 이른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구호는 확실히 한물 갔다. 신자유주의, 무분별한 사유화가 나쁘다는 건 다들 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 만능주의가 나쁘니, 다시 국가주의인가? 국가 소유를 개인 소유로 돌리는 것, 혹은 그 반대.  지난 세기 역사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대안은 종종 주어진 선택지를 벗어난 자리에 있다.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건, 아주 복잡한 개념이다. 국가가 소유하거나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대상과 소유자가 꼭 일대일로 연결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떠도는 숱한 정보와 지식에게 일대일 관계로 주인을 맺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게다. ‘커먼스'(The Commons, 공유) 운동을 소개하는 건 그래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대일 대응 소유 개념은, 인류의 역사에 비춰보면 오히려 낯설다. 15세기 말, 영국 영주들이 땅에 울타리를 치고 농민을 몰아내면서 자리 잡은 개념일 뿐이다. 이 같은 ‘울타리 치기’ 운동은 지금껏 이어졌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울타리를 칠 수 없는 영역이 아직 많다. 앞서 거론한 온라인 정보만이 아니다. 평판, 명성, 친분처럼 손으로 만지기도, 숫자로 세기도 애매한 것들이 많다. 누구나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지만, 익숙한 소유 개념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예컨대 평판을 주식처럼 쪼개서 사고파는 건 불가능하다.  요컨대 국가와 시장에서 벗어난 ‘커먼스’ 영역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국가 소유와 개인 소유가 모두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면, ‘커먼스’ 영역을 확대하자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마이클 바우엔스(Michel Bauwens), 데이비드 볼리에(David Bollier) 등이 주도한 ‘P2P 커먼스 재단'(P2P Commons Foundation)이 이미 활동 중이다. 말 그대로 ‘커먼스’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하는 재단이다. 한국에서도 이들과 연계한 활동이 시작됐다. “e-commerce(이커머스)의 시대에서 e-commons(이커먼스)의 시대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식공유지대 e-Commons(이커먼스)’가 창립했다. <프레시안>은 최근 홍기빈, 박형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준비위원과 대담을 진행했다. 홍기빈, 박형준 준비위원은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그간 낸 책을 무료 전자책으로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식공유지대 이커먼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누구나 pdf 파일을 내려 받아서 전자책 리더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은 ‘커먼스’ 운동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할 예정이다. 우선 ‘P2P 커먼스 재단’이 배포한 <커먼스 전환과 P2P : 입문서(Commons Transition and P2P : a primer)>를 번역했다.

<프레시안>은 박형준 준비위원이 번역한 내용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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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스 전환을 위한 전략은 무엇이고 그 결과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탈(脫) 자본주의 미래는 커머너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커머너(공유자)를 갖기 위해서, 우리는 커먼스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현재까지 모든 성공적인 사회운동의(노동 운동, 보편적 참정권 운동, 여성권리와 동성애자 권리 운동 등) 전략이었던 국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는 선지적인 세력들 사이에서 시너지 효과와 융합을 모색해고, 그를 위한 정치적 표현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다른 해방적인 사회 정치 세력과 동맹을 맺고 활동할 수도 있다.

 

커먼스 전환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 지침

1. 가능하면 어디서든 자원을 합쳐라

커먼스 기반 P2P 생산 공동체들과 그들의 기여 기반 기술적 생산 시스템은 많은 필터를 통해 여과되어 매우 높은 품질의 기여를 보장하는 개방형 기여 체제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커머너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선택한 하나 이상의 커먼스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물질적 자원과 비물질적 자원 모두를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생산적인 지식을 모으는 이러한 역량은 “경쟁적” 이점과 “협동적” 이점 모두를 획득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합치기– 다른 말로 하면 “공유화”는 – 생산적이며 사회적인 시스템의 핵심에 위치한다.

2. 호혜성을 도입하라

커먼스 기반 P2P 생산의 상호 협력적 성격은 디지털 커먼스 생산에서 매우 성공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내재적인 비경합적 지위가 (예를 들어, 고갈되지 않으며, 재생산과 유통이 용이한 성격) 물리적 생산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인간 노동을 포함해) 고갈되는 자산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자산들의 후생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물질적 생산은 상호성의 원칙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원칙을 보장하는 방법이 바로 개방형 협동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경제는 고립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열린 협동주의는 협동조합에 속한 회원들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적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정서적 노동과 재생산적인 노동, 커먼스 창출, 그리고 현재는 “보이지 않게 가려진” 여러 형태의 일이 포함된다. 이러한 권한의 부여는 개방형 기여 회계 시스템, 개방형 공급 체인, 협업 계획뿐만 아니라 (모든 기여자가 참여자임과 동시에 소유자인) 특별 재산 관리방식으로 매개되는 물리적 재산의 공유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경합적 자원을 위해 작동하는 커먼스 중심 모델과 비경합적 자원을 위해 작동하는 커먼스 중심 모델을 구별하고, 각각의 특정 사례에 맞게 하이브리드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 개념 : 개방형 공급 체인(Open supply chains)

의사 결정은 계획을 위한 것이고 가격 책정은 시장을 위한 것이라면, 상호 조정은 커먼스를 위한 것이다. 순환경제에서는 한 생산 공정의 산출이 다른 생산 공정의 투입으로 사용된다. 폐쇄형 가치 사슬은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투명한 협상 역시 어떤 형태의 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 공급 사슬을 통해 협력적 공동체와 상호 의존적인 사업체 연합은 협력의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 과정은 투명해지고, 모든 참여자는 네트워크에서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전략 : 개방형 협동주의 (생성적 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여섯 가지 전략)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대여 경제를 진정한 공유 경제로 전환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 구글, 우버, 에어비엔비 같은 플랫폼들에서 목도했듯이 중앙 집중적 네트워크 데이터의 새로운 디지털 봉건주의가 도처에 불안정성의 확산을 가속시키며 노동 운동이 얻어낸 것들을 다 없애버린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존재한다. 점점 더 우리 일상의 삶을 매개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의 소유권과 운영체제를 민주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플랫폼 협동주의다. 한편, 개방형 협동주의는 커먼스 기반 P2P 생산과 협동조합운동 사이에 시너지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커먼스를 공동으로 만들어 내는 솜씨 있고 회복력 있는 경제 단체를 창출함과 동시에 커머너들에게 생계를 제공한다. 다음은 이러한 융합을 틀이 될 수 있는 여섯 가지 전략이다.

1. 풍부함의 인식: 닫힌 비즈니스 모델은 인공적인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다. 개방형 협동조합은 디지털 방식의 공유가 가능한 지식에서 발견되는 자연적인 풍요로움을 인식하고 그것을 초국적으로 공유한다.

2 . 기여의 다양성: 개방형 협동조합은 노동 분업이나 전문화를 강화하는 대신 역동적이고 유연한 참여를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 개방형 가치 회계를 사용하여 경제적 가치 사슬에서 모든 유형의 기여에 권한을 부여한다.

3. 정당한 호혜적 분배: 카피레프트 라이센스는 다국적 기업이 커먼스의 콘텐츠를 상업화 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연대 기업들을 경쟁적으로 불리하게 만든다. 카피페어(CopyFair) 라이센스는 그들이 콘텐츠를 자본화할 수 있게 허용하지만, 완전한 공유를 유지하면서 영리법인에게 호혜성을 요구함으로써 커먼스의 경제적 회복력을 강화한다.

4.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개방형 디자인: 영리기업의 폐쇄적으로 공급되는 디자인과 만연한 상용화 및 계획된 구식화 필요성과는 대조적으로, 커먼스 제조는 모듈성, 내구성, 그리고 맞춤형에 적합하도록 이루어진다.

5. 폐기물 줄이기: “녹색” 자본주의 사업의 불투명성과 달리, 개방형 협동주의는 자신들의 생산에 대해 완전히 투명하다. 이러한 투명성은 그들이 실제 조건에 따라 상호 조정되는 생산을 가능케 해 최대 적응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 결과, 자본 요구가 아닌 실제 필요에 맞는 네트워크화 된 생산이 이루어진다.

6. 물리적 하부 구조의 상호 연결: 비영리 공동 작업, 함께 타기는 우리가 유휴 자원을 연계하고 공유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일부이다. 공유 데이터 또는 공유 제조시설과 같은 자원의 보다 효율적인 사용과 더불어 공동 소유와 공동 관리체계는 진정한 공유 경제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8.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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