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구를 식혀줄 책 8권

모두가 “지구가 더워질 거라고” 예상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 또 그런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놓고는 다들 애써 고민하지 않는다.
『팩트풀니스』(김영사 펴냄)는 책머리에 오늘날의 세계 인식을 놓고서 13개 문제를 던지면서 시작한다. 그 13개 문제 가운데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청중(인간)이 침팬지보다 항상 정답을 더 많이 선택한 문제는 딱 하나다. “세계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100년 동안의 평균 기온 변화를 어떻게 예상할까?”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더 더워질 거라고 예상한다”는 정답을 대부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과 보통 사람의 ‘인식’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큰 것도 바로 이 문제다. 모두가 “지구가 더워질 거라고” 예상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슨 문제를 일으킬지, 또 그런 문제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놓고는 다들 애써 고민하지 않는다.

그럴 만하다. 보통 사람의 시간, 장소, 날씨 감각으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포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10년은커녕 5년 앞을 내다보며 행동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30년, 60년, 100년 후에 벌어질 (불확실한) 재앙을 대비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더구나 국민 국가를 벗어나기 어려운 장소 감각도 전 지구로 넓혀야 한다.

하루 이틀 날씨 감각으로 오랜 시간에 걸친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 일은 더욱더 어렵다. 과학자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 오른 지구 온난화를 걱정한다(약 14℃도에서 약 15℃로!). 지난 500만 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 이상(약 16℃) 따뜻해 본 적이 없었던 지구 기후 변화를 염두에 두면 이 정도도 재앙이다.

그래서 과학자는 지구 평균 기온을 ‘1.5℃’ 안에 묶어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환절기 하루에도 10℃ 이상의 일교차를 수시로 경험하는 보통 사람의 날씨 감각으로는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구 온난화와 그것이 초래하는 기후 변화가 인류의 문제인데도 항상 북극곰만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딱 두 권만 읽는다면

어렵더라도 이 간극은 끊임없는 학습과 토론으로 메워야 한다. 그간 한국에 나온 기후 변화를 다룬 수많은 책 가운데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은 데이브 리의 『너무 더운 지구』(바다출판사 펴냄)다. 애초 이 책은 리가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에 연재한 짧은 칼럼에서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에 문제의식이 없는 다른 분야 과학자를 독자로 놓고서 쓴 책이니 얼마나 정확하겠는가? 자기 전공 밖에서는 과학자도 일반 시민과 다를 게 없다. 그러니 대기 과학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시민도 이 책을 통해서 친절하고 알기 쉽게 지구 온난화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장점은 원서(Climate Change Begins at Home)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상생활에서 평범한 시민이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에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를 조목조목 써 놓은 대목이다. 원서가 2006년에 나왔으니 벌써 13년이나 된 책이지만 낡지 않았다. 이 책에서 서술한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더 안 좋아졌고, 실천 방법도 현재성이 있다.

『너무 더운 지구』를 읽고 나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둘러싼 기본 교양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을 테다. 그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이 바로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파란 하늘 빨간 지구』(동아시아 펴냄)다. 2019년에 나온 이 책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놓고서 그간 쌓인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러 연구와 성찰을 정확하게 갈무리하고 또 친절하게 해설했다.

균형 감각도 남다르다.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의 성과를 정확하게 전달하되 그것이 가진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을 성찰한다. 또 과학기술의 힘으로 그것을 막아보려는 경솔한 시도(지구 공학)의 한계와 위험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결국, 저자는 이 문제야말로 공동체가 고민하고 행동으로 맞서야 할 ‘정치 문제’라고 독자를 설득한다.

『너무 더운 지구』 이후 10년이 넘도록 정확한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깊은 성찰까지 담긴 지구 온난화를 다룬 책을 기대했다. 조천호의 『파란 하늘 빨간 지구』가 딱 바로 그런 책이다. 지구 온난화를 놓고서 딱 두 권만 책을 읽는다면, 『너무 더운 지구』와 『파란 하늘 빨간 지구』를 추천한다.

 자본주의-민주주의와 기후 변화의 상호 작용

물론 두 권만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 인류사 전체를 아우르며 인간과 기후의 관계를 추적한 책은 윌리엄 F. 러디먼의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에코리브르 펴냄)이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8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농업, 역병, 석유 이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류와 기후의 상호 작용을 탐색한다.

시간 감각을 약간 좁혀 보자.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기후 변화는 지금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두 축인 자본주의-민주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는 화석 연료와 자본주의-민주주의 사이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단적으로, 석탄-석유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민주주의는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지구 온난화의 충격은 당연히 현재의 자본주의-민주주의의 변화를 추동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런 성찰을 (다소 요란 떠는) 저널리스틱한 접근으로 정리한 책이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다. 토론을 위한 교재로 추천한다.

이 책 세 권을 읽고 나면, 평소 과학이나 공학이라면 (돈벌이 수단이라며) 열광하던 자본주의 옹호자들이 유독 지구 온난화만 놓고서는 그것을 의심하는 ‘회의주의자’로 돌변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명민한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받아들이는 순간, 현재의 자본주의-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혼자서 지구를 구하는 슈퍼히어로라도 된 듯이 잘난 척하는 빌 게이츠가 유독 지구 온난화 문제만큼은 지구 공학 같은 황당무계한 해법을 옹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현재의 시스템을 건드리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늙은 게이츠는 지구 공학에 기대서 불안감을 달래고 싶은 것이다.

기후 변화,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게이츠는 2015년 퓰리처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처음북스 펴냄)을 읽으면서 더욱더 불안해졌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대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도대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여러 과학 연구 성과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추적한 책이다. 당연히 콜버트가 지목한 돌이킬 수 없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이유는 지구 온난화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지구 온난화 등이 초래한 지구 생태계의 위협을 공시적으로 다른 책이라면, 피터 브래넌의 『대멸종 연대기』(흐름출판 펴냄)는 앞서 지구에서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통시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놀랍게도 지구에 있었던 모든 대멸종에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 기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권만 더 언급하자.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기후 카지노』(한길사 펴냄)에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초래할 여러 문제를 다양한 연구 성과를 종합해 짚고서, 그것이 인간사에 미칠 영향을 펼쳐 보인다. 기후 변화의 경제 관계를 깊이 있게 연구한 경제학자가 내놓는 정책 대안도 토론용으로 의미 있다. 노드하우스는 201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강양구 / 지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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