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의 ‘사회적 비용’


‘사회적 비용’이라는 용어는 흔히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각종 비용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학문적 개념으로 정초하는 데 크게 기여한 유럽의 제도주의 경제학자 칼 윌리엄 캅의 저서 제목은 ‘영리기업의 사회적 비용’이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개인 혹은 조직이 자신들이 응당 치러야 할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이를 사회에 전가시키는 것을 중심적인 문제로 삼는 것이다.

이는 그 개인이나 조직의 도덕성을 문제로 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리사업 자체가 필연적으로 비용을 사회에 전가시키는 경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리사업체는 영리활동에 필요한 것들 중 꼭 값을 치르고 사야 하는 항목들, 즉 이미 상품이 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으며, 나머지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일절 아무런 돈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영리활동의 투입물 중에는 그렇게 정확히 상품화되어 가격이 붙어 있지 않은 것들도 부지기수일 수밖에 없으며 영리활동의 와중에 그를 둘러싼 사회적·자연적 환경에 끼치게 되는 ‘외부성’ 또한 무수히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피해의 종류는 환경 파괴, 인간적 비용, 실업으로 인한 고통, 사회의 문화와 윤리의 파괴 등 무한히 다양하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비용을 사회에 떠넘긴 채 기업은 꼭 지불해야 할 것들에 대한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오롯이 이윤으로 가져가게 된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와중에서 우리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난맥상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민낯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공공의료 체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위급 상태에서도 국가 기구가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정보 파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기능부전을 보이고 있다. 질병 전파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이른바 ‘슈퍼 전염 병원’들 몇 개가 떠올랐다. 정부는 병의 전파가 병원을 통해서만 벌어진다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들면서 정작 그 슈퍼 전염 병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초기에는 아예 병원 이름 공개조차 거부하면서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지금까지도 그 병원들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민간 병원들이 거두고 있는 이윤 속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 즉 그들이 마땅히 지불했어야 할 비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구조적 차원이다. 허약하다 못해 사실상 무력화되다시피 한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전국의 환자들을 집중시켜 대기업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몇 개 대형 병원들이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은, 양자가 표리를 이루고 있음을 말한다. 이렇게 몇 개의 큰 병원들의 큰 이윤은 결국 공공의료 시스템의 위축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금 우리는 그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확인된 이후 상당 기간 문제의 병원들, 특히 슈퍼 전염 병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그 병원들은 계속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정부가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던 것을 설마 그 병원들에 영업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병원들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계속했고 메르스 사태는 통제불능의 지경으로 치달았다. 격리당하고 병마에 시달리며 심지어 목숨을 잃은 개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 조성된 불안과 불편함, 그리고 경기의 위축으로 경제적 손해를 입은 숱한 사업체들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크기의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번 사태는 ‘비즈니스 코리아’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영리기업이 어떻게 비용을 사회에 전가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해 공평하게 부담하는 체제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준다. 무책임하게 뒤로 빼는 정부와 각자도생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결국 그 비용이 사회적 자원과 영향력이 없는 약자들에게 어떻게 전가되는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공공성 부재라든가 국가 시스템의 붕괴 등을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성찰이 현실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이 ‘영리기업의 사회적 비용’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영리조직들이 어떻게 각종 비용들을 발생시키며, 또 이를 눈에 보이지 않게 사회에 전가하는지, 그리고 그 비용을 결국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이가 누구인지 등의 메커니즘을 좀 더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 그렇게 해서 발생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기 위한 ‘사회적 회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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