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대의원 모임 보고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5월에 이어 6월 19일 진행된 두번째 대의원 모임의 회의록을 공개합니다.

길이가 좀 길지만 가벼운 대화 형식이고, 대의원들의 알찬 고민들이 들어있으니 함께 읽어봐주세요.


제2회 대의원 모임

 

일시 : 2016.6.19.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참석자: 김수빈, 김이연, 박정민, 이수연, 이수민, 조금득, 한영섭

과제: 호세마리아신부의 생각 읽기 + 협동조합 운영 사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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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 독서 후기 나눔

 

1) 이수민

협동조합 혹은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 직접 활동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호세 마리아 신부의 원작은 열다섯 권의 방대한 양인데, 그 중에서 발췌하여 편집한 책이라고 들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 86쪽, 146절, “진보는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다 더욱 인간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더욱 잘 행동하는 것이다. 더욱 많은 것을 베푸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던 초기에는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시간도 없고, 활동과 연관성도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라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가지 방향으로 목마름을 느꼈다. 조금씩이라도 차근차근 공부를 해왔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호세 마리아 신부가 끊임없이 강조했던 ‘교육’에 공감한다.

 

모두다 이 구절에도 공감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혁명의 이름은 ‘참여’이다.”

 

2) 박정민

신부님이라 그런지 마음 울리는 글귀가 많았다. 한 구절 한 구절 의미 있으면서 전체로는 하나의 생각으로 묶이는 책이라고 느꼈다. 한 번 읽고 덮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하루에 한 구절씩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지난번 모임에 지역 조합원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 책을 더 나누고 싶은 조합원의 모임을 만들어서 하루에 한 구절, 혹은 일주일에 한 구절을 정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이 책의 진짜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삶에서 풀어내는 것. 어떤 분들이 이 책이 조금은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고 말하기도 하던데, 평생을 공동체 활동에 쏟아 부은 사람의 이야기라서 곱씹고 직접 행동해보지 않으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치는 머리로 나눌 수 있겠지만 삶을 따라가긴 힘들 것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 39페이지 45절. “진정한 부는 인간성의 통합적 발전에 있다는 것을 납득해야 한다. 이러한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비록 물질적 재화를 공유함으로써 분배의 정의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노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분들 말씀과 마찬가지로 ‘교육’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몬드라곤에서는 노동과 교육을 지속적으로 병행해 나갔다고 들었다. 내부에서 스스로 생활과 노동, 그리고 교육을 동시에 다 할 수 있어야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지금 우리 조합은 구성원 비율의 특성 등을 생각해보면 지역 모임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인 것 같다.

 

김수빈님께서 말씀 해주신 것처럼 성평등, 여성의 처우에 대한 언급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에 비해 덜하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어쩌다 어른>이라는 티비 강의쇼를 보다가 세종대왕 시절 여성 노비 출산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출산휴가는 조선시대보다 적은 90일이라니 충격적이었다. 또 최근 이슈가 되었던 고려대 단체 카톡 사건도 생각이 난다. 고려대학교에 대자보 붙었는데 많은 학생들의 반응이 범법적인 행동이 아닌 단지 자기들끼리 이야기인데 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되는지 납득하지 못하더라. 최근의 이러한 문제들이 호세 마리아 신부가 강조한 인간성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3) 김이연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도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을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다음 달 책으로 추천했다. 직접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입장에서 많은 구절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 다른 활동가들과 이런 기분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활동을 하다 이런저런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무작정 돌파하려 하지 말고 잠시 숨을 돌리고 앞서 나아간 사람들이 남긴 책을 들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오히려 빠른 길이 아닐까 싶더라.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은 부분은 가치에 대한 성찰과 실천이 같이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협동조합 안에서 모두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라는 구절. 좁은 사회든 큰 사회든 글과 이론,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를 좁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그런 선배들을 지역에서 만나며 감화되어 가는 중이라 그런지 이 구절에서 많이 공감했다.

 

“공동체는 복권 당첨으로 부유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도 기억에 남는다. 결국 그건 공동체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과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그 귀찮고도 지난한 민주주의 과정을 어떻게 함께 지속해 나가야 할지 설레면서도 두렵다. 일하고 있는 센터에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책을 꼭 한 번 추천 해보고 싶다.

 

4) 김수빈

 

‘교육’과 ‘여성 문제’에 대한 구절들이 인상 깊었다. ‘노예 상태를 벗게 할 교육’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 신부는 모든 분야에서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게 사실 굉장한 도덕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 된다. 책을 읽다다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개선’, ‘실천’이었고, 개선하기 위해서 실천해야 된다는 논지였다. 동시에 개인 성장과 공동체 발전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이 모든 말들이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안들이 협동이 가능한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가지로 뻗어 나간다.

그런 맥락에서 98페이지 “청년을 가르치는 것이 어른 교화하는 것보다 쉽다”는 말도 굉장히 와 닿았다. 누가 가르치기 쉽고, 누구는 가르치기 어렵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적 본성을 잃지 않게 하고, 잃어버린 본성을 다시 이끌어 내려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5) 이수연

멋진 구절이 많다.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관련문서 만들 때 슬로건 쓰기 좋은 것 같다.

 

 

  1.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에 대한 추가 논의

 

1) 의견 :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의미 있고 유익했다. 이를 다른 조합원들과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2) 제안 : 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에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 중 인상 깊은 구절과 짧은 감상을 남겨보자. 자신의 활동에서의 직접적인 사례나 고민거리 등을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3) 결론 : 박정민 조합원을 시작으로 일주일 간 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에 간단한 후기 공유하기. 다음 차례는 먼저 올린 조합원이 다음 순서를 지목하는 순으로 결정.

 

 

  1. 협동조합 운영 사례 공유 : 조금득(청년연대은행 토닥 초대 이사장)

 

이수연: 조금득 조합원께서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이라는 곳의 초대 이사장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 상 정식 협동조합은 아니지만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참석자 중 가장 많이 알고, 겪어 왔으리라 생각된다. 조금득 조합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조금득: 토닥은 처음부터 협동조합으로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사례조사 하다가 ‘동자동사랑방’을 만났다. 그곳 이사장님께서 처음 공동체를 만들 당시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처음에는 은행 만들려면 큰 돈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도와줄 사람도 있으니 가능할 거라고. 그런데 연세 가장 많으신 할머니께서 그렇게 되면 누가 자기 돈 더 내서 협동하려고 하겠느냐, 힘들더라도 우리끼리 해보는 게 좋은 시도인 것 같다고 하셔서 방향을 바꿨다. 주민들이, 어르신들이 폐지 줍고, 빈병 줍고 모은 돈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중간에 그것도 그만두게 되었다. 왜냐하면 다른 누구에겐 폐지 줍는 일이 생계를 위한 일일 텐데 우리가 협동조합 만든다고 그걸 빼앗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동과 상생의 원칙을 잘 지키며 만들어 나갔다.”

 

그래서 어쩌면 사회에서 돈 없고 힘없는 청년들이 협동과 상생 정신 잘 가져가야 한다고 느꼈다. 우리가 처음 시작할 당시 주위에서 청년들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특히 돈을 빌려주면 안 갚는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협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고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사례들을 찾아봤지만 원칙은 하나더라. 신뢰.

 

또 알게 된 곳이 일본 ‘반빈곤네트워크회의’라는 곳인데 이곳은 회원제는 아니고 산업재해를 겪은 노동자를 위한 코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3~5만 원 정도의 코스인데 상환율이 100%였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신뢰, 단 하나였다.

 

우리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협동이란 단어의 뜻도 몰랐다. ‘동’은 움직일 동 인줄 알았는데 같을 ‘동’이더라. 처음엔 마음 맞는 사람 찾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마음만 맞는다고 다 되는게 아니더라. 어려운 것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은행이라는 개념이 너무 생소했다. 많은 전문가들께 자문을 구했다. 비관적인 의견을 많이 받았다. 그 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상동 연구원께서 “자문단의 의견에 휘둘리지 마라”, “청년들이 하는 일은 청년들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직접 해봐라“. 그 말에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문단에 대한 의존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1년 개인적으로 다른 단체에서 전체 청년들 대상으로 <불안정노동청년 사회안전망 연구>라는 스케일 큰 연구를 한번 한 바 있다. 그 연구원이 FGI부터 천천히 해보라고 조언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의 실제 사례를 듣고, 모았다. 어느 정도 준비되었구나 싶었을 때 2012년 7월에 온라인에서 추진위원단을 모집했다. 30명쯤 왔다. 그 때 모인 청년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한 말이 “이런 은행이 너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 같아서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7월부터 한 달에 두세 번씩 모임을 가졌다.

 

공제조합연합회라는 곳에서 우리에게 무료로 교육 듣게 해주셨다. 그곳에서 협동 교육을 받으면서 공동체의 기본 정신을 어떻게 구현해야 되는지 체계적으로 배웠다. 그때 그분들 말씀이 협동조합 창단 준비는 보통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이 걸린다. 그런데 1년 넘어가면 안 된다. 시간이 길어지면 동기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말씀대로 진짜 해보니 6개월 넘어가면서 점점 힘들어지더라. 하지만 서두르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견이 맞을 때까지 계속 조율해 나갔다. 한번 모여서 회의하면 넘치는 열정으로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새롭게 찾아낸 개념이 ‘관계금융’이다. 협동조합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명확한 상품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견해가 달랐다. 누구는 토닥이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누구는 은행이 되어야 한다 등등. 각자가 그리는 상을 맞추는 데 오랜 시간 걸렸다. 지금의 토닥의 역할은 사회 안전망에 가까운 것 같다. 조합원들의 포부는 은행과 관계금융 사이를 고민하면서 다듬어 가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도 계속 열심히 논의 중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의.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경험이다. 처음에는 사회안전망이라는 개념이 너무 막연하고 크게만 보였다. 청년에게 든든한 무엇 정도. 그런데 부딪히고 좌충우돌하고 마음 모아가다가 또 싸우고, 뛰쳐나가고, 상처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가 만들려고 한 안전망이란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고 사람과 사람,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생겨나는 존재의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존재의 든든함. 그래서 이런 결론으로 ‘관계금융’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함께 모여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다보면 없었던 가치, 새로운 개념들이 구성원들 안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더라.

 

많은 것들이 방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속도보다는 방향.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나가면 뭔가가 나오더라. 결국 협동과 상생은 마음 모으는 거다.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것이 처음 시작할 때 토닥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할 계획이 없었는데, 마침 2012년이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협동조합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행정상으로는 지금도 임의단체이다. 그러나 당시에 토닥은 급속도로 협동조합계의 떠오라는 샛별이 되었다. 그래서 이사장으로서 외부 강의도 많이 하게 되었다. 서울시 협동조합 교육 같은 곳에서 사례 발표도 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은데 고생도 많이 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사람도 잃었다. 많이 힘들었다. 마음이 깨지면 다 헛것이더라. 너무 다양한 사람들 모여서 그랬던 것 같다. 주제가 금융이다 보니 보험회사나 금융회사에서도 오고, 종교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도 오더라. 많이 모호했다. 서로 생각하는 은행의 이상향이 너무 많이 달랐다. 그런 만큼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식부터가 서로 다 달랐다. 나는 느리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같이 가야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개인들의 성장을 지지해야 하고 낙오자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군가가 남들보다 열의가 있고, 사명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거기에 맞춰가야 된다고 보았고, 그것이 협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만일 내가 협동조합 다시 만들게 된다면 협동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만들고 싶다. 그 당시에는 협동에 대한 개념을 맞춰볼 생각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협동도 다 상이 다르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배제되는 경우 있고, 때로는 무임승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고려할 게 많다. 그런데 당시의 나를 리더로서 평가한다면 막연하게 잘하고 싶고 열의 가득했던, 과열 되어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사람 균형 맞추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원칙에 맞는 협동만을 생각했고, 그 과정에 다양한 사람들이 힘들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사장 편파적이다”, “파시스트다” 등의 말도 들었다.

 

그때는 지나치게 과열되어서 불안했던 것 같다. “안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어차피 안될 거 여기까지 끌고 온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겁났다. 사회적 요구도 많았다.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까지 겹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과 모든 사안을 제대로 조율해야된다는 압박이 심했다. 그런데 그게 한 순간에 사라졌다. 파시스트라는 말을 들은 순간 모든 것이 깨지면서 오히려 해갈되더라. 협동조합이란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 각자의 몫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내 안의 과열된 열기를 식혀보려 단식도 해보고, 상담도 받는 등 이것저것 시도 해봤는데 그때 몸에 병이 왔다. 그런데 나중에 ‘스페이스노아’(노아치과, 협동조합 방식으로 친과를 운영하는 공동체)분들과 얘기해보니, 협동조합 리더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 분들 상태가 나와 비슷하다고 하더라. 내부에는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그 모임에 와서 수다 떨고, 뒷담화하며 분출한다고 했다. 여길 좀 일찍 알았으면 좋지 않았을까싶었다.

 

만약에 누군가 협동조합을 한다고 하면 이 말을 해드리고 싶다, ‘협동’의 의미가 모두에게 다르다. 그러니 협동의 의미부터 정의하고 시작해라. 그리고 혼자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과열될 필요 없다. 어차피 조합원과 같이 가는 거다. 그런데 또 어려운 건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라고 하는 게 슬로건처럼 걸려있으니 책임과 권한이 모호해 지기도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 조합원 모두가 참여하는 ‘구조’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 준비를 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토닥은 <열린 이사회>라고 부르는 정기 이사회가 3개월에 한번 있다. 이사뿐만 아니라 조합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이사회를 연다. 소그룹의 총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사회도 그렇고 이걸 집행하는 사무국도 권한에 있어서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누구나 함께 일하는 열린 구조가 중요한 것이지 모두가 함께 책임지고 모두가 함께 권한을 가질 수는 없다.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그 안에서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 그 합의를 협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초기에는 조합 홍보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장인 내가 언론에 많이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협동조합이 아닌 이사장만 부각되는 걸 우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사인에서 ‘토토리 이장 조금득’ 사건 발생했다. 당시 정태인 소장님 토닥을 많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는데, 이사장인 내를 크게 응원하는 칼럼을 써주신 것이다. 감사한 일이었지만 내부에 불만이 쌓여있던 시기라 이 칼럼을 계기로 불만이 강하게 표출되었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의 활동 쌓이고 나니 이러한 갈등이 천천히 조율되더라. 그러면서 조합원들이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탄탄해졌다. 처음엔 잘 모르는 상황에서 역할만 받으니 잘 안 돌아갔던 것 같다. 당연히 이사장과 사무국이 중심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는데, 점점 경험 축적되니 자연스럽게 조합원들이 스스로의 일을 찾아서 하게 되더라.

 

그런데 또 지금의 고민은 조합원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사무국의 역할 모호해지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런 문제의식들을 갖고 조직 매뉴얼 작업 하고 있다. 토닥의 첫 준비과정서부터 본 진행과정,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들 정리하고 있다.

 

운영의 어려움에 있어서 운영비 문제가 크다. 초반에는 돈 없는 청년 조합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수익 사업도 고민해 보았지만 이제는 조합원들의 힘을 모으기로 하였다. 운영비 증액 운동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몸소 부딪히며, 싸워가며 만들지 않는 길 밖에 없다. 우리는 협동과 상생이 중요하다는 기초적인 사실 하나를 배워서 와서 여기까지 스스로 끌고 온 것이다. 조합원들이 이곳을 자신의 공동체라 생각하고 열정을 갖고 스스로 꾸려 왔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이사 임기가 끝나가고, 공동체로써도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박정민 : 질문. 조합원들이 조합으로부터 어떤 해택을 받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다.

 

조금득 : 은행이라고 해서 생활의 기초적, 필수적 부분만을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모든 청년들이 청년기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여행이든 새로운 도전이든. 이런 것들을 금전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간단히 과정을 말씀드리면 출자금을 5회 이상 납입하거나, ‘토닥 씨앗’이라는 관계지수를 5톨 쌓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토닥 씨앗’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조합원 모임에 참여하여 쌓을 수 있다. 돈이 없어도 토닥 안에서 열심히 관계를 형성하고 조합원들과 많은 것들을 주고 받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그만큼 관계를 중시한다. 그래서 청년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소모임, 혹은 일회성 모임들을 만들어 재능 나눔을 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관계 쌓고 또 새로운 것도 모색한다. 예를 들어 빵 만들기, 커피 만들기 등이 가능한 조합원들이 관심있는 다른 조합원에게 교육을 해준다. 이런 것들이 어찌 보면 사회가 주지 않는 기회들을 청년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협동 응원 대출’이란 것도 만들었다.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금전적 문제가 걸림돌이 될 때 최대 300만원까지 초기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유쾌했던 사례로 여행대출이 있었다. 한 조합원이 100만원을 대출받아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자 상환은 ‘자율이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결정한다. 이 조합원은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조합원들과 나누는 것으로 이자를 상환했다. 감동적인 사례로 결혼 대출도 있었다. 토닥의 조합원이었던 두 친구가 결혼을 토닥의 대출로 결혼을 한 사례이다. 가장 뭉클했던 사례는 취업준비생 조합원이었다. 구직 활동하는 데 구직이 쉽지 않았다. 예술분야를 지망하여서 더욱 힘들었다. 그런데 토닥 대출을 통해 구직기간동안 구직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고 원하던 자리에 취업을 했다. 첫 월급을 타서 상환하기 시작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것이 토닥의 존재 가치라고 생각한다.

 

토닥에서는 대출을 할 때 상담도 같이 한다. 청년에게 또다시 빚을 지게 하지 않기 위한 목적이다. 단순히 돈 빌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신의 재무구조도 같이 보살필 수 있게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노하우를 쌓아 현재는 ‘청년재무상담사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청년 스스로가 다른 청년의 재무상담 주치의가 되어 주는 것이다.

 

박정민 : 대출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조금득 :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만든다.

 

 

  1.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의 적용에 대한 고민 나눔

 

이수연 : 이런 노하우들을 우리 연구소에서 어떻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을까?

 

조금득 : 이사로서 많은 고민을 해봤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연구와 교육은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다.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을 위한 특별한 해택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상황에 모두 동의했고, 오히려 전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연구소에 기대했던 바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나 협동조합 만들려는, 혹은 운영해 나가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되어주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분야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보고 나아갈 수 있는 좌표나 사례가 없다. 사회적 경제의 기초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많지만, 그 이상 깊은 고민을 지지해주는 곳이 없는 것 같다. 더욱 개인적인 바람은 내가 청년 문제에 관심이 깊은 만큼 사회적 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만남의 장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청년협동조합 상근자들을 모아서 캠프를 개최하거나, 아직 종사하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 아카데미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기존의 폴라니 학교도 있지만 조금 더 대상과 주제가 구체적인 교육도 시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수민 : 저도 청년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최근 서울에서 개최되는 사회적 경제 분야의 교육이나 행사에 참여 해보면 유독 청년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금득 : 맞다. 공감한다. 지역에서 청년대상 센터를 운영하는 일을 하는데 청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들이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박정민 : 저는 사회학 박사과정 중이라서 사회운동이나 시민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사회적 경제를 공부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거대한 전환’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아직 없는 것 같다. 대학은 물론이고.

 

이수민 : 조금전과 같은 맥락인데 청년들이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연구소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유들이 늘 궁금하다. 사무국 차원에서 가입 시 가입 계기, 교육 프로그램 때 관심분야나 원하는 교육 등을 조사하는데, 사실 이런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대의원 모임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조합원들의 심도 있는 수요조사. 조합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 연구소의 나아갈 방향이 조금 그려질 것 같다.

 

한영섭 : 조사도 하고 오픈 테이블도 열어보면 좋겠다. FGI 같은 방식으로.

 

박정민 : 대학에서 ‘조직론’ 수업 들었을 때 일반 기업 대상의 연구는 있더라. 기존 기업에 대해 나온 이론 중 하나는 ‘유유상종’. 결국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무엇이가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 생긴 기업-창업자들 만들어보면 유사점, 학연, 지연 등이 있다. 물론 가치도 포함되어 있고. 이것 처럼 협동조합 가입 동기도 조사 해보면 재있을 것 같다.

 

조금득 : 그런 것을 위해 이사회가 있지만 일상적으로 모이기에 쉽지 않은 모임이다. 설립 당시부터 함께 한 입장에서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의 비전에 대한 고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토론이 충분히 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저 막연하게 이런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에 집중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자 그룹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욕구만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대의원회에게 이러한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선 조합원 수요조사를 해서 조합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도의 이야기는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1. 차기 모임의 과제 : 조합원 욕구 조사

 

김이연 :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분들 중에 알고 보니 우리 연구소 조합원들이 있었다. 왜 가입했는지 서로 물어 봤는데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 분야 활동 하고 있는데 관련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반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칼폴라니 연구소를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지식을 채워줄 거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소의 교육이 아직 전문적인 단계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조합원 가입 후 관심도 높아지고, 정보에의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

 

한영섭 : 사실 정태인 소장, 홍기빈 연구위원장 두 분의 브랜드에 많이 기대고 있다고 생각한다. 칼 폴라니의 사상에 공감해서 가입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박정민 : 연구소라는 이름이 들어간 협동조합을 조사해 봤더니 약 130개가 있었다. 많은 종류의 연구소들이 있었는데 내부에 교육팀, 강사팀 같은 것들이 존재했고, 강사양성과정이 있는 곳도 있었다. 우리 연구소는 조합원이나 외부의 기대에 비해 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정, 홍 두 분에게 모든 것을 기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내부 교육과 후학 양성에 힘을 써야 한다고 본다.

 

김이연 : 강사양성 교육이라고 하면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는 적지는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소하게 지역에서도 많은 교육이 돌아가고 있다. 그런 교육에 초빙되는 강사를 보면 최대한 전문성 가진 분들 모시려 하지만 자격조건이 모호하다.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은데 답답할 때가 많다.

 

한영섭 :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던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에서도 ‘실천’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우리 연구소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칼폴라니의 주장이 무엇이고, 이에 따른 우리의 실청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곳에 모이는 우리 대의원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수연 : 지금까지 논의 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모임의 과제를 결정하겠습니다.

 

제3회 대의원 모임 계획

1) 책 읽기 나누기: “리더를 위한 사회적경제 강의” / 사단법인 선 외 기획 / 김성진 엮음

2) 구체적인 협동조합 사례 보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운영실무, 사회적 협동조합이 되기까지의 과정)

3) 조합원 욕구 조사 로드맵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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