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동자·주민·지방정부 손잡고 일자리 만든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저축협동조합 ‘코프57’(Coop57)이 있다. 1987년 유서 깊은 출판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직장을 잃은 57명의 직원들이 보상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저축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 뒤 20여 년간 지역의 스포츠·장애인·환경운동 관련 단체 등 350개의 재단, 협회가 합세해 조합원은 1200명으로 늘었다. 코프57은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금고 구실을 한다. 유기농장, 사회적 기업, 아동센터 같은 사회·문화·환경 활동 기관에 대출해준다. 금융 지원 덕택에 이들 기관은 안정적으로 경영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간다.

캐나다 퀘벡주 가티노에는 지역주민들이 손잡고 2010년에 만든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이 있다. 원래 운영되던 우유 가공공장이 2006년 경영 실적 부진으로 문을 닫기로 하자 노동자와 소비자인 주민들이 함께 지역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우유 공장 노동자들은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어 공장 인수를 진행했다. 지역주민들과 같이해야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자협동조합도 꾸렸다. 우타웨우유협동조합은 소비자 800여 명과 함께 지역에서 25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조합은 ‘공동 소유-공동 소비’ 체계로 우유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사회적경제가 만들어가는 혁신의 경험과 실험들이 지난 7~9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6년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서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기업과 일자리 만들기, 삶의 질과 생활환경 개선, 거버넌스, 사회 통합의 영역에서 사회적경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유했다.

특히 코프57과 우타웨우유협동조합 사례에서처럼 일자리 만들기에 대해 여러 세션에서 사례 발표가 있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기술 지원, 공공구매, 금융 접근성, 영리기업과의 혁신적 파트너십 등이 소주제로 다뤄졌다. 일자리 만들기는 지역의 경제적 발전과 주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에 지방정부와 사회적경제의 공통 과제다. 지속적인 일자리가 있으면 주민들의 정주성도 높아지기에 지방정부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적절한 지원을 한다. 공공 조달에서 시작해 금융이나 판로 등도 지원한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지속해서 일자리를 이어가려면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경제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지방정부는 투자를 하거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간접으로 금융 지원 기관을 설립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금융이나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제도가 나와 사회적경제 기업들에 적용되고 있다.

‘금융 접근성’ 세션에서는 스페인 사바델의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사회적 금융, 케냐 몸바사의 지속가능한 아프리카 도시·기업·학교·농장을 위한 지역화폐, 프랑스 푸아티에 연대집단이 실행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등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금융 지원 등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제도들은 사회적경제가 활동하는 지역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마르그리트 멘델 콩코르디아대 교수(칼 폴라니 연구소장)는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것이다. 특정한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정권의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런 점에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가 앞으로 사회적경제 발전에 중요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몬트리올(캐나다)/이현숙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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