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마을 민주주의? 먹고사는 문제부터 시작”

성북구 ‘마을 민주주의-작은 정치의 큰 상상력’ 심포지엄 개최

11일 오후 2시 성북구청에서 ‘마을 민주주의의 모델-작은 정치의 큰 상상력’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지난해 5월 열린 ‘마을 민주주의 원년, 마을 민주주의 시대를 말하다’를 잇는 두 번째 토론회다. 그동안 성북구에서 진행된 마을 민주주의의 성과와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와 참석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약 2시간 동안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끝나고 나온 한 청중의 질문이었다.

“마을 민주주의 주민 참여,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

 심포지엄을 마친 후 질문하는 정미림씨 ⓒ 이정선 

“마을 민주주의에 일반 주민들이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이다. 활동하는 것이 힘들어서 일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떨어질 때도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경제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도 활동을 한다. 이 불평등한 현실에 내가 존중받고 있음을 어떻게 확인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답을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정미림씨로 그는 현재 마을계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계획단은 행정, 교육, 안전, 복지 등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주민들의 모임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마을 민주주의’와 직접 부딪치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의 말을 좀 더 듣고 싶었다. 역시 마을 계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경숙씨도 인터뷰에 응했다.

- 마을계획단에 합류해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정미림 : “종암동에는 새날 도서관이라는 아주 좋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어린 자녀들이 도서관을 즐겨 이용하다 보니 주부들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고, 취미가 비슷한 주부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마을계획단 활동도 하게 되었습니다.”

한경숙 : “저는 종암동에서 40년 이상 살아왔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엄마가 된 지금까지 종암동이 가장 익숙하고 정겨운 지역입니다. 저 역시 도서관 활동을 8년 넘게 해왔고, 지금은 마을계획단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품고 살 수 있는 세상 만들기 위해”

 정미림씨(왼쪽), 한경숙씨 ⓒ 이정선

- 마을계획단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정미림 : “우리는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꿈을 품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을계획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을계획단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가족에게 소홀할 때가 있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가끔 회의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같이 활동을 하자고 권유를 해도 대부분 꺼리기 마련이고, 열성적인 활동가들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경숙 :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는데 내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 대한 결실이 내 자녀에게 돌아올까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오늘 행사 역시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참석했는데 너무 막연한 방향의 이야기만 나온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 지금 살고 있는 성북구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정미림 : “도서관에서 성북구 유적지 탐방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성북구에 정말 많은 문화유산이 있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유적지, 문화유산은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살고있는 지역에 산재된 문화유산만 공부하고 탐방해도 엄청난 공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성곽도 있고, 정릉도 있고요. 특히 종로 쪽으로 이어지는 성북구의 길은 유서 깊고 의미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경숙 : “개운산, 정릉천 등 자연환경이 너무 좋죠. 조금은 불편하지만 서울답지 않은 정겨움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고 봅니다. 또한 마을계획단 활동을 하면서 좋은 것은 이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살면서 결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연령대, 직업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마을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두 사람은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마을 일을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마을계획단 활동에 만족함을 표했다. “내가 사는 마을이 좋아지면 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많은 주민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시민 스스로 문제 해결할 수 있도록 권력 넘겨줘야”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 이정선

한편 앞서 진행된 이 날 심포지엄 토론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이창언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홍기빈 글로벌 경제 연구소장 등이 참여했다. 오연호 대표는 “마을 민주주의가 좋긴 한데 막상 참여한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마을의 구성요소인 학교와 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마을 민주주의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창언 교수는 “마을 민주주의란 아파트, 자동차 등 물질적인 것에 대한 가치보다 쌀, 공기, 자연 등 삶과 가장 밀접한 가치를 높이고 통합적 사회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을 무조건 이기려는 태도를 버리고 상호 이익의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마을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홍기빈 소장은 “의회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이유는 개인의 삶에 크게 관계없는 주제에 대해 열을 올리는 것을 시민들이 외면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의제를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력을 넘겨주어야 마을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먹고 사는 문제·사회적 경제와 마을 민주주의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주민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을 민주주의 심포지엄 ⓒ 이정선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권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우라 히로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 등이 마을 민주주의와 협력적 거버넌스에 관해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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