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신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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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케인스에서 크루그먼까지 

현대 경제학자 14명의 결정적 순간

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신현호 옮김 | 부키 | 416쪽 | 1만6,000원 | 2014년 6월 13일 출간

 

 

괴짜, 거짓말쟁이, 나르시스트, 혹은 영웅

20세기를 만든 ‘현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

 

 “최근 30년 동안 현대 경제학은 좋게 말하면 깜짝 놀랄 정도의 무기력함을 드러냈으며,

나쁘게 말하면 사실상 가해자인 채로 계속 지내 왔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참석한 강연회에서 경제학을 향해 이렇게 악담을 퍼부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있다. 경제학계에서 마술 같은 처방전을 잇달아 발표하며 전 세계를 향해 정책 제언을 쏟아 내던 신무역이론의 개척자 폴 크루그먼이다. 하지만 그도 화려한 ‘영광’만 간직한 것은 아니다.

크루그먼은 “IT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으로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고 “NAFTA(북미자유뮤역협정)는 미국의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가 미국 내에 대규모 실업 사태가 촉발되자 「무역과 임금의 재고」라는 반성문을 발표하는 쓰디쓴 ‘패배’의 순간을 맛보아야 했다.(본문 326~330쪽)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는 이처럼, 크루그먼을 비롯해 지금 이 순간까지 경제정책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20세기 핵심 경제학자 14명의 대표적인 이론 및 영광과 패배의 순간들을 한 권에 담은 현대 경제학 입문서다. 지금껏 애덤 스미스나 마르크스 같은 이미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경제학자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케인스에서 크루그먼, 드러커, 루커스, 게리, 민스키, 포스너, 스티글리츠 등 최근까지 생존했거나 현재도 맹활약 중인 현대 경제학자들을 한 지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입문서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효용 가치는 크다.

이 책은 복잡한 그래프나 수식은 거의 등장시키지 않은 채 경제학자 개개인의 인생 속 명장면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결과 경제 사상과 이론의 발전 과정, 천재적 경제학자들의 눈부신 활약과 실수 속에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20세기 경제사를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학자들의 주요 저작들을 풍성한 인용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해, 현대를 대표하는 40여 권의 경제학 명저에 다가가는 이정표로도 손색없다.

한마디로,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는 꼭 알아야 할 현대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경제학의 흐름을 알려 주는 동시에 쉽고 재미있게 학설과 이론을 전달하는 충실한 경제 교양서이다. 내로라하는 현대 경제학자들이 펼치는 환희와 굴욕의 인생 드라마를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들의 이론과 함께 굽이쳐 온 20세기 경제학의 조류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최신 학설과 이론은 기본,
논쟁과 비판의 목소리까지 담아낸 입체적인 구성

이 책은 그저 연대기순으로 경제학자를 나열하지 않는다. 1ㆍ2차 세계대전 전후의 경제학사를 조감했을 때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케인스를 중심으로, 케인스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이론을 개척한 경제학자와 케인스에 반발한 경제학자라는 주제에 따라 학파와 학설을 헤쳐 모아 입체적으로 전개했다.

총 5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파트 1에서는 대공황 시대에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공공지출 정책을 펼 것을 주장하며 세계의 경제를 구한 영웅 M. 케인스를 다룬다.

파트 2에서는 영국에서 시작된 케인스 경제학을 받아들인 미국의 케인스주의자들을 조명한다. 대표적인 케인스주의자이자 전 세계에서 400만 부가 팔린 『새뮤얼슨의 경제학』을 펴내며 유대계 경제학자로서 겪어야했던 차별을 멋지게 극복해 낸 폴 새뮤얼슨을 비롯해, 학생 시절에 겪은 대공황의 충격을 계기로 부유한 나라(미국)에서의 빈곤 문제를 파헤쳐 새로운 사회주의론을 펼친 존 갤브레이스, 평생 무명의 학자로 살다 갔지만 2000년대 금융 위기를 예측하며 극적으로 부활한 하이먼 민스키의 영광과 패배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파트 3에서는 케인스 경제학을 비판하며 융성한 통화주의자와 신고전학파 학자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먼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힘겨운 고학 생활 속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케인스 경제학의 허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반케인스 혁명의 영웅으로 떠오른 밀턴 프리드먼, 아버지의 실명과 아내의 자살 등 연이은 불행을 가족경제학과 자살경제학을 비롯한 새로운 경제학 연구로 확장시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 ‘부의 최대화가 곧 정의’라는 독자적인 법경제학 논리로 새로운 경제학의 지평을 연 동시에 많은 비판도 한 몸에 받고 있는 리처드 포스너, 사람들이 합리적 기대를 갖고 있는 한 화폐량을 아무리 늘린다 해도 경제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메시지로 미국 경제학에 혁명을 일으킨 로버트 루커스를 만날 수 있다.

파트 4에서는 경제사상이 케인스 경제학에서 미국의 경제학으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면서도 사상의 독자성을 유지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출신의 경제학자들이 등장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전선에서 짬을 내 읽은 책을 통해 경제학에 눈뜬 뒤 자유를 희생양 삼아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영미ㆍ유럽의 선진국을 비판하는 『노예의 길』을 펴내 각광받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오스트리아까지 퍼진 파시즘 물결 속에서 영국과 미국으로 떠도는 망명 생활을 하며 쓴 『거대한 변환』으로 경제인류학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은 칼 폴라니, 『경제인의 종말』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학 전도사로 크게 이름을 떨쳤으나 저서에서 심각한 오류와 의도적인 거짓말이 몇 차례 밝혀지면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받은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트 5에서는 시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 개입을 배척한 시카고학파의 결함을 짚어 내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제안한 신케인스주의자들의 고투가 그려진다. 신무역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고 스타 학자가 되었지만 이따금 실언 때문에 조롱을 받는 폴 크루그먼, IT 거품의 붕괴를 예언하며 심판일의 경제학자로 떠오른 로버트 실러, 정보경제학의 이론 체계를 확립한 대가이자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으로 세계화의 폐해를 집중 조명하며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세계화의 내부 고발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독자를 기다린다.
 
 

위대한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
현대 경제학의 명장면을 생생히 포착하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독창적인 주장과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경제학 전공서는 물론, 입문서 역시 이러한 측면을 중심으로 기술된다. 반면에 이 책은 경제학자 개인의 생애에도 주목해, 경제학자로서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생동감 있게 그려 냈다. 이로써 경제학의 성과와 업적이 경제학자 개인의 삶과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된 것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특징에는 친절한 설명과 명쾌한 분석, 섬세한 묘사와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글로 경제 입문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저자 히가시타니 사토시의 장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현재 세계 경제학계에서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거나,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경제학자를 다룬 부분에서는 마치 한 편의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통쾌한 인생 역전! 벼랑 끝에서 멋지게 부활한 경제학자들의 영광의 순간들

인종차별과 범죄의 경제성, 교육량에 따른 소득 수준 등 여러 사회문제를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학계에서 ‘사회학자’라는 조롱을 듣던 게리 베커는, 1992년에 이르러 경제학의 저변을 넓힌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아버지의 시력 상실과 아내의 자살 등 개인적인 불행이 잇따르는 와중에도 각종 사회문제에 경제적 잣대를 대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그의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느 날 프리드먼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 베커가 말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13층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여 눈 위에 쓰러져 있었는데 아직 온기가 남아 있더군요.’ 그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동석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베커가 ‘이번에는 자살 경제학을 연구하려고 합니다.’라는 말을 꺼냈을 때는 프리드먼도 내심 놀란 듯했다.“ -본문 197

 민스키는 평생 무명으로 살다 1996년에 생을 마감했지만, 서브프라임 문제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전 세계가 금융 위기에 빠진 이후 ‘금융 불안정성 가설’로 사후에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그 외에도 MIT 입학에 실패하면서 엔지니어가 되려는 꿈을 접어야 했지만 시카고 대학에 입학하며 경제학자로서 첫발은 내딛은 ‘루키’ 루커스가 ‘합리적 기대이론’을 내놓으며 “예상 가능한 경제정책은 모두 효과가 없다!”라는 주장으로 기존의 경제학계에 통쾌한 어퍼컷을 날리는 장면도 놓칠 수 없다.

 

위대한 경제학자에게도 수모와 굴욕의 순간이? 눈물겨운 패배의 장면들

전 세계에서 400만 부나 팔린 초베스트셀러인 『새뮤얼슨의 경제학』은 사실 처음엔 750부밖에 제작되지 못했다. 당시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이던 폴 새뮤얼슨은 유대계라는 이유로 스승 해럴드 버뱅크에게 심한 차별과 배척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750부가 날개 돋친 듯 순식간에 다 팔려 나갔지만 추가로 제작되지 않아서 한동안 복사본이 나돌기도 했다.

1949년까지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다 미국의 빈곤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 『풍요한 사회』를 펴내며 유명세를 타던 존 갤브레이스는 제자인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이 된 뒤 국정에 참여하다 뜻밖에 고초를 겪었다. 미국을 날카롭게 비판한 ‘학설’ 때문인지 경제학자인 그를 의아하게도 ‘인도 대사’의 자리에 임명한 것이다.

 “케네디는 내가 자신의 정부에서 일하기를 원하면서도, 미국과 인도만큼의 거리는 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 면에서 매우 주장이 뚜렷한 나의 경제학설도 그 정도의 거리를 두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본문 130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현재는 잘 알려진 경제학자이지만, MIT 대학원에 다닐 때만 해도 스승인 새뮤얼슨의 그늘에 가려질까 몹시 고민했다. 학교에서 새뮤얼슨의 논문집 편집을 담당한 이후로, MIT를 떠난 뒤에도 오로지 ‘새뮤얼슨의 편집자’라고만 불렸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경제학자의 뒷이야기는 덤,
교양 경제학 수업이 이 정도만 재미있었다면!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경제학자의 숨은 사생활이나 스캔들까지 담아내고 있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경제학설사 내용에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한 예로 케인스는 6세쯤부터 자신의 얼굴이 아주 못생겼다며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재학 시절에는 수학 과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수학 낙제생이었다. 또한 청소년기 무렵에 본격화되기 시작한 케인스의 동성애적 성향은 그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경제계에 마케팅과 민영화라는 화두를 던진 피터 드러커는 저서에 수시로 거짓 내용을 담아 ‘거짓말쟁이’라는 비난 속에서 고소나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이처럼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에는 20세기의 운명을 바꾼 현대 경제학자 14명의 영광과 패배, 삶과 이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에 격렬한 논쟁을 빚은 케인스의 ‘불확실성론’과 프리드먼의 ‘통화론’은 IT 거품의 붕괴와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0년대에 하이먼과 크루그먼, 스티글리츠의 입을 빌려 다시금 재현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경제학자의 삶이나 현대 경제학사라는 과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갈 길을 보여 주는 미래의 지도이기도 하다.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라는 씨줄과 날줄로 얽힌 이야기 속에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물결을 조망해 보길 바란다.

 

 


 

차례

여는 글

PART 1 현대경제학의 예언자

1장 존 M. 케인스 _어느 아웃사이더의 초상
틸턴에 뿌려진 유골 | ‘케인스는 죽었다’ | 하비로드의 신동 |사도들의 일원으로 활동하다 | 무어의 윤리학에 빠지다 | 8주로 끝난 경제학 공부 |동성애자 케인스 | ‘자식이 없는 사람의 미래’ | 블룸즈버리 그룹과의 만남 | 의외였던 발레리나와의 결혼 | 케인스는 병역 기피자였을까

2장 존 M. 케인스 _불확실성 시대의 예언자
무모하고 터무니없는 환상 | 젊은 영웅의 화려한 등장 | 잘못된 통화정책의 귀결 | 대영제국인가, 영국산업인가 | 『화폐론』을 둘러싼 논쟁 | “무어는 확률을 잘못 해석했다” | 관념이 아닌 편의에 의한 판단 | 논리로서의 『확률론』 | 램지의 비판에서 빛을 보다 | 불확실성의 경제학

3장 존M. 케인스 _대공황 시대의 영웅
단순한 구조인데 왜 어려울까 | 화폐의 역할에 주목하다 | 인간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는 불확실성 | 퇴색되는 불황의 경제학 | 세계적 자본 이동에 대한 우려 | 제2차 세계대전과 전비 조달 문제 | 브레턴우즈 협정 | 케인스안과 화이트안의 싸움 | 세계적 경제학자의 패배 | 참담하게 끝난 협상 | 젊은 날의 신조와 말년의 성숙 | 등불이 사라진 뒤

PART 2 미국의 케인스주의자들

4장 폴 새뮤얼슨 _미국 케인스 경제학의 배후
베스트셀러 『새뮤얼슨의 경제학』의 저자 | 자유주의자였던 부친과 스승 | 의외의 선택, 하버드 | 케인스라는 역병에 감염되다 | 유대계 경제학자로 살아가기 | 『경제분석의 기초』와 신고전학파종합 | 케네디 정부의 ‘배후’ |스태그플레이션은 케인스를 매장했는가 | 자유무역에 관한 ‘수정’ | 기술혁신을 감안한 자유무역의 의미

5장 존 갤브레이스 _새로운 사회주의의 지지자
왜 부유한 나라에 빈곤이 존재하는가 | 욕망을 만들어 내는 ‘경제 구조’ | 학생 시절에 겪은 대공황의 충격 | 『풍요한 사회』와 자본주의 비판 | 새로운 산업국가에서 새로운 사회주의로 | 세계적 명성은 사라지고 과거의 사람으로 | 거품경제, 풍요한 세계의 초상

6장 하이먼 민스키 _금융 위기를 예측한 선구자
민스키를 새롭게 읽는 밤 | 이단자와 주변인으로서의 삶 | 신고전학파종합을 비판하다 | 불확실성과 금융 불안정성 가설 | 불안정성을 가속화하는 금융 구조 | 민스키 이론의 정책적 의미 | 금융 위기로 화려하게 부활하다

PART 3 통화주의자와 신고전학파의 융성

7장 밀턴 프리드먼 _반케인스 혁명의 영웅
케인스 경제학과의 싸움 | 『일반이론』의 소비이론을 비판하다 | 가난한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 | 경제학의 중심지로 건너가다 | 실증경제학이란 무엇인가 | 다망했던 1960년대 – ① 미시경제학 | 다망했던 1960년대 – ② 거시경제학 | 다망했던 1960년대 – ③ 정책 제안 | 이론과 명성과 현실 사이 | 도박사들의 경제

8장 게리 베커 _경제학 제국주의의 첨병
첫 책부터 논쟁을 빚다 | 프리드먼을 흠모하다 | 범죄와 처벌의 경제학 | 교육의 수익률을 계산하면? | 가족의 경제적 효용을 따지다 | 자살의 경제학적 접근 | 각종 사회현상에 경제학의 잣대를 대다 | 경제학 제국주의의 첨병 | 경제학 제국주의의 그늘

9장 리처드 포스너 _판결에 경제분석을 도입한 법경제학자
가장 많이 인용된 학자 | 법경제학 분야에 빠져들다 | 부가 효용으로, 효용이 행복으로 | 판결에 경제분석을 적용한 ‘괴짜’ 판사 | 포스너와 베커의 블로그 | 대담한 발언으로 법철학 논쟁을 불러오다 | 포스너의 ‘변절’ | 새로운 경제학적 사고의 길로

10장 로버트 루커스 _합리적 기대 이론의 교주
모든 경제정책은 효과가 없다 | 지적 방랑의 길 | 경제사에서 다시 경제학으로 | ‘기대와 화폐의 중립성’ | 루커스의 섬 모형 | 합리적 기대는 새뮤얼슨 경제학의 응용 | 뜨거운 열광과 비판의 폭풍우에 휩싸이다 | 그늘지기 시작한 ‘합리적 기대’ 혁명

PART 4 시장경제 질서의 사회철학

11장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_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회철학자
계획경제를 강력하게 비판하다 | 전선에서 경제학에 눈뜨다 |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로서 활약하다 | 케인스와 평생 맞붙다 | 케인스 vs 하이에크, 애증의 관계? |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회철학자 | 자생적 시장 질서는 공상일 뿐이다 | 실증주의 비판

12장 칼폴라니 _경제 인류학의 아버지
시장경제의 종언 | 진보와 사회주의의 길을 가다 | 개인의 발견이 곧 사회의 발견 | 망명 생활과 『거대한 변환』 | 형제의 케인스론은 달랐다 | 경제 인류학에 탐닉하다 | 시장을 대신한 기술

13장 피터 드러커 _산업사회의 경영 전도사
출세작 『경제인의 종말』 | 빈의 명문가 출신 | 미국에서 경영학의 귀재로 떠오르다 | 피터는 거짓말쟁이 | 폴라니의 친척에게도 항의를 받다 | 계속되는 진위 논란 | 케인스론의 쇠퇴를 예측하다 | 글로벌경제와 국민국가

PART 5 신케인스주의자들의 고투

14장 폴크루그먼 _불황의 흥행사
경제학은 좋게 말해 무기력, 나쁘게 말하면 가해자 | 폭넓은 관심이 하나로 집약되다 | 신무역이론의 개척 | 전략적 통상정책 이론을 선도하다 | 리카도로 되돌아가라! | 스타 경제학자의 신화 | 거듭되는 실언과 깨끗한 승복 | 케인스 경제학은 건재하다 |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노벨상 | 거침없는 정책의 비판자

15장 로버트 실러 _심판일의 경제학자
이상과열을 경고하다 | 권위자나 유명인을 믿지 마라 | 주가 연구에 착수하다 | 주택 거품 붕괴를 예언하다 | 서브프라임 문제의 해결책 | 실러가 구상하는 범보험 세계 | 이 재건의 키워드는 ‘야성적 충동’ | 금융 계몽 사회를 꿈꾸다

16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_정보경제학의 대가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을 지지하다 | 새뮤얼슨의 ‘후배’ | 연구생 시절의 스티글리츠 | 정보는 대체로 비대칭이다 | 동유럽의 실패는 시장주의가 원인 | IMF와 미국 재무부에 대한 비판 |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비판 | 케인스로 돌아가자! | 스티글리츠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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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메리너 에클스가 “미국은 경제 파탄 상황에서 자금을 쏟아부을 때, 그 상한을 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라며 오만하게 발언하자 케인스는 마침내 폭발했다.

“위대한 국가(영국)를 마치 파산 기업처럼 취급하다니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수치심을 느낀 케인스는 금액을 협상하는 중에도 에클스가 완고한 자세를 보이자 갑자기 다음과 같이 발언해 주위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모르몬교를 믿는 남자는 1명의 아내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지요?”

이 말은 에클스가 모르몬교도가 많은 유타 주 출신인 점을 비꼬아 던진 농담이었다.
-본문 85, 대공황 시대의 영웅 존 M. 케인스

 

1974년의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6퍼센트였으며, 1975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9.1퍼센트,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4퍼센트, 실업률은 8.5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경기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었는데 미국의 케인스주의자들은 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새뮤얼슨을 비롯한 여러 경제학자들은 ‘필립스 곡선’을 내세우며 실업률을 낮추려고 하면 물가 상승이 심화되고, 물가 상승을 진정시키려고 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즉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심화되고 실업률도 함께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에 그런 설명들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새뮤얼슨은 윌리엄 노드하우스와 공동 집필한 『새뮤얼슨의 경제학』 제22판에서 이 시기 전후의 사정을 논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행정부는 베트남 전쟁을 위한 경제활동의 증강 규모를 과소평가했다. 국방 목적의 지출은 1965년부터 1968년에 걸쳐 50퍼센트 증가했다. (…) 1979년 무렵에 경제는 1973년에 일어난 석유파동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었다. (…) 그러나 물가 상승의 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일 즈음, 속도가 줄지 않는 두 자릿수의 물가 상승률이 등장하고 말았다.” -본문 110~111, 미국 케인스 경제학의 배후폴 새뮤얼슨

 

1960년대의 어느 날이었다. 경제이론 시험에 들어가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으로 가던 베커는 캠퍼스 안에까지 차를 몰고 들어갔다. 지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 차를 주차장에 세우면 시험 시간에 늦을 위험이 있고, 출입문 근처까지 가서 길가에 차를 세워 두면 주차위반 딱지를 떼일 위험이 있었다.

결국 베커는 길가에 차를 두고 시험장으로 뛰어 들어갔지만 다행히도 주차 위반 딱지는 붙어 있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범죄의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베커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나는 범죄행위는 합리적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이론적, 경험적 접근을 시도했다. 일찍이 벤담이 논했고 베카리아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접근은 선구적이다. 다만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반드시 물질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본문 191, 경제학 제국주의의 첨병 게리 베커

 

포스너가 판사로서 실제로 처리한 사건을 통해 『정의의 경제학』에서 논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부두 노동자가 배의 해치가 열려 있었던 관계로 굴러 떨어져 사망했다. 선주를 상대로 피해자 가족이 소송을 걸었지만, 포스너는 선주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포스너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린 이유는 노동 외 시간에 해치가 열려 있지 않도록 하는 비용은 명백히 비싸고, 해치가 있는 장소로 간 사람은 단지 사망한 노동자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다. 선주의 행위는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볼 때 타당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방화 미수범이 함정 수사에 따라 체포되었는데, 함정 수사였기 때문에 유죄가 되지 않는다고 소송을 건 사건도 있다. 포스너는 배심원들의 결정을 지지하여 이 방화 미수범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범인은 자신이 방화범이었다는 사실을 잠입해 있던 수사관에게 자랑스러운 듯 말했고 언젠가는 죄를 저지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함정 수사에 따른 체포는 사법제도 운영 측면에서도 비용이 최소화되고, 또 경찰은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본문 215, 판결에 경제분석을 도입한 법경제학자 리처드 포스너

 

실러는 2005년에 출간된 『이상과열』 제2판에서 거품 일반에 관한 연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동시에 그 당시 절정을 향해 달리던 주택 거품에 관한 챕터를 추가로 넣었다.

“부동산 붐은 주식 붐과 마찬가지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 부동산 붐이 일어나는지, 늘 몇 가지 이유가 언급되지만 항상 예상대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부동산 붐의 이유로 인구 증감, 금리인하, 건설비용의 하락 등이 거론되지만, 실러의 언급대로 1890년부터 2004년까지의 장기 그래프에서 이들 수치를 주택가격의 추이와 비교해 보면 주택 거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본문 348, 심판일의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스티글리츠는 1992년에 클린턴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이 된 뒤 나중에 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1997년에 사임한 이래 세계은행의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게 된다. 이때 그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가 초래한 실패를 마주하게 됐다. 이해에 동아시아 위기가 일어났을 때 IMF가 제시한 자금원조 조건은 그가 보기에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IMF는 동아시아 각국에 긴축재정과 금리인상을 자금원조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것은 완전히 거꾸로 된 처방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IMF의 진단은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첫째로 라틴아메리카처럼 심각한 물가 상승 환경에서는 과잉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시작되었던 것은 경기 침체였으므로 과잉수요가 아니라 충분하지 못한 수요가 문제였다. IMF는 거기에 찬물을 끼얹어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둘째로 회사의 채무가 그다지 크지 않다면 고금리는 타격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채무가 엄청나게 클 경우에 고금리는 설령 단기 채무일지언정 회사, 나아가 경제 전반에 걸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본문 374~375, 정보경제학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400자 평

한 권으로 만나는 20세기 대표 경제학자 14명의 삶과 이론!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는 케인스, 프리드먼에서 크루그먼, 스티글리츠까지 내로라하는 20세기 경제학자 14명의 삶과 이론을 고스란히 담은 ‘현대 경제학 입문서’이다. 그간의 경제학 입문서에서 만날 수 없었던 베커, 포스너, 드러커, 실러 등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경제학자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한편, 그래프나 수치를 활용한 난해한 설명에서 과감히 벗어나 경제학자 개개인의 인생 속 명장면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쟁과 실업, 불황이 연이어 찾아든 격동의 20세기에 오늘의 세계를 만든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환희와 굴욕의 순간을 통해 가슴 뛰는 현대 경제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히가시타니 사토시(東谷 暁)는 1953년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비즈니스 잡지 《더 빅맨》과 시사잡지 《발언자》의 편집장을 거쳐 1997년부터 경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친절한 설명과 명쾌한 분석,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글로 경제 입문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뉴스를 비롯한 시사경제 TV 프로그램에 경제 전문 패널로 출연하는 등 다채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경제학자는 신용할 수 있는가』 『세계 금융경제의 통치자』 『비즈니스 법칙의 함정』 『세계 금융붕괴 7가지 죄』 『일본 경제의 돌파구』 등이 있다.

옮긴이 신현호는 단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한일 정보교류 모임인 ‘나루지기’를 운영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케인스 vs 슘페터』 『블루오션 재팬리포트』 등이 있다.

 

 

ISBN 978-89-6051-3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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