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잘한 일’에 걱정 드는 이유?

‘일대일로’와 AIIB

우리 정부가 3월 2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잘한 일입니다. 짝짝짝!

 

AIIB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를 순방하던 중 공식 제안했고 2014년 10월 24일 아시아 21개국(중국,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네팔, 오만,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11개국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 10개국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죠. 처음에는 500억 달러 규모로 출범하지만 장차 1000억 달러 선까지 늘릴 계획이죠. 유럽에서는 3월 12일 영국이 참여를 선언했고 이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도 가입했습니다.

 

미국이 발끈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미국에도 큰 도움이 되는 구상입니다. 2차 대전 이후 서유럽 부흥을 위한 마셜플랜이(실제로 미국의 돈은 얼마 들어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만) 전후의 호황을 이끌었듯이 AIIB는 현재의 장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까요.

 

미국이 두려워하는 건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선회(Pivot to Asia)’를 선언한 이래 착착 진행시킨 중국봉쇄망이 뚫리기 때문입니다. AIIB 설립에 참여할 나라들을 보면 동아시아, 동남아, 인도양, 중동, 중앙아시아, 태평양, 유럽을 총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 은행은 이들 나라를 모두 연결하는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거죠.

 

이 구상은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의 일환이고 최근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회는 이 구상의 실행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일대일로란 육상의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해상의 21세기 해상실크로드 등 양대 축을 도로와 항로로 연결하면서 인근 일대를 총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거죠. 가히 “중국의 꿈”(中國夢)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림에서 보듯, 땅으로는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대륙까지 연결하고 바다로는 중국 연해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인도양을 거쳐 유럽과 남태평양까지 이어집니다. 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이른바 ‘5대 통(通)’(정책, 인프라, 무역, 자금, 민심)을 이루겠다는 겁니다.

 

‘일대일로’의 자금 줄이 AIIB죠. 또한 중국은 400억 달러에 달하는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했고  50억 달러 규모의 해상 실크로드 은행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049년까지 25년 동안 15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겁니다. 과연 인류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라고 할 만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구상은 기실 중국 내부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즉 중국 내륙의 개발과 과잉 생산된 철강 등 원자재의 해소를, RCEP(포괄적지역경제동반자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과 결합한 무역의 확대, 4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의 축소,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국제적 과제와 결합한 겁니다.
한국의 전략은?
이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참여정부 때 추진된 동아시아 공동체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때 우리도 각국의 외환보유액에 기초한 동아시아개발기금을 구상했으니까요. 하다못해 대형 리조트에 목매달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라도 살릴 수도 있겠죠.
장기침체의 원인이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저축 과잉”(버냉키의 주장)에 있건, 아니면 미국의 과잉 소비에 있건 현재의 글로벌 불균형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도 동아시아는 역내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일대일로’와 AIIB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겁니다.
내친 김에 우리가 아시아 공동의 통화금융정책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위앤화의 국제화보다는 가상의 동아시아 통화(예컨대 ACU, Asian Currency Unit, 이하 아쿠)를 만드는 게 각국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훨씬 낫습니다. 아쿠를 달러 및 유로에 대해 절상시키되 각국 통화는 아쿠와 일정 기간 고정 환율을 갖도록 할 수 있을 겁니다(역내 부분적 고정환율제). 각국의 자본시장 개방 정도가 다르므로 역내 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자본유입통제 정책이 필수적인데 토빈세를 동아시아에서 먼저 도입하면 되겠죠.

 

동아시아 역내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케인즈의 국제청산동맹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겁니다. 즉 무역 적자국가에 “공동관리기금”에서 일정한 이자율로 돈을 빌려 줄 뿐 아니라 무역 흑자국가에도 흑자 규모에 비례하여 일정한 비율의 벌금을 물리고 이자와 벌금은 역내 낙후지역에 투자하는 겁니다. 이 제도 역시 동아시아에서 먼저 모범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통화체제는 결국 현재의 달러체제를 전환시키는 디딤돌이 될 테니 중국도 환영할 겁니다.

 

현재 세계 전체의 수출 증가율 둔화는 기본적으로 각국의 임금 인상에 의해 해결해야 합니다. 즉 소득주도성장을 아시아가 선도할 수 있는 거죠. 여기에 역내 공동의 수요가 확대되면 금상첨화겠죠. 특히 군사적 이유 때문에 한국의 인프라 투자를 꺼리는 북한의 개발에 AIIB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는 것을 요구해야겠죠. 효과도 의심스럽고 비싸기 이를 데 없는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중국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일본이 동참하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이런 방향의 발전은 미국도 내놓고 반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백번, 천번 칭찬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AIIB 참여의 반대급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사드(THAAD)에 가입한다면 AIIB 참여는 안 하느니만 못할지도 모릅니다. 불행하게도 박근혜 정부는 곧 그렇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눈부신 4월에….
 

▲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 ⓒAP=연합뉴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주간 프레시안 뷰] 박근혜 정부의 ‘잘한 일’에 걱정 드는 이유? (2015년 4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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